문화유산을 찾아서

[스크랩] 가을의 끝을 알리는 산방 동안거 결제

문근영 2014. 4. 8. 00:38

 

11월 중순에 접어든 산중은 이미 겨울을 준비하는 초연한 풍경이다. 소복히 쌓인 낙엽들은 그 자체로 운치가 있어 산중 트레킹을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계절은 없지 싶을 정도이다. 두 눈은 호사를 누리고 내딛는 발걸음은 마치 융단을 밟는 듯한 기분이다. 여름내내 울창한 숲에 가려져 있던 산 능선은 서서히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그 나체를 들어내는 때이기도 하다.


주말 오후 오랜만에 찾은 서울 근교 산에 자리한 천년고찰엔 늦가을 정취가 완연했다. 대웅전 앞 마당에 자리한 단풍나무 주위는 이 가을에 마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도 찍으려는 듯 붉은 단풍과 낙엽이 이루는 풍경이 그야말로 눈부셨다. 마침 마당에 떨어진 붉은 낙엽들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모아 놓았다. 그 모습이 마치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약간은 을씨년스런 가을 산 능선을 배경으로 자리한 고풍스런 대웅전 건물엔 동안거(冬安居)를 알리는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었다. 어느새 겨울을 앞두고 산중 스님들이 명상과 수행에만 전념하는 동안거가 시작된 것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사찰의 일상은 생태적으로 본받을 만한 것이 많다. 채식과 저녁 10시 경 취침해 새벽 3~4시면 기상하는 하루 일과 등이 그렇다.


이번 동안거는 11월 10일부터 내년 2월 6일까지 3개월 동안이다. 안거는 여름(음력 4월 보름~7월 보름)과 겨울(음력 10월 보름~이듬해 정월 보름) 3개월씩 스님들이 외부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만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불교 고유의 수행문화로 알려져 있다.

 

 

 

 

 

 

 

 

 


오랜만에 찾은 주말 산중사찰에서 느낀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그 정확한 순환 주기를 멈추지 않은 모습이었다. 낙엽이 진 산 능선 풍경이 그랬고, 마지막 붉은 색감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화사한 단풍나무 뜨락에서도 그 느낌은 여전했다. 산방에서 여름과 겨울에 실행하는 안거 때가 돌아온 것도 바쁜 세속에선 잘 느끼지 못하는 계절의 순환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이정표였다.

 

산방 스님들이 일정기간 동안거에 들어가 각자 화두를 부여잡고 수행에만 전념하듯 비록 세속에 머문 사람일지라도 자신만의 동안거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기 위해 각자 결산과 예산을 도모하는 요즘 시기는 어느 때보다 삶의 집중력이 필요한 시기일 터. 차분하게 연말연시를 준비하는 마음 차원에서도 필요하지 싶다.


이번 동안거 결제일은 11월 10일, 해제일은 내년 2월 6일이다. 이 100일 동안의 안거는 단지 산중 스님들만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알차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화두를 부여잡고 일정기간 안거(安居)를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지. 개인적으론 내년 동안거 해제일까지 미리 정해둔 화두(프로젝트) 하나를 부여잡고 깊게 매진해 볼 생각이다.  

 

 

출처 : 트레킹 라이프
글쓴이 : 루덴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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