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심 가로수길엔 온갖 종류의 낙엽이 떨어져 그야말로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노란 은행나무잎과 황갈색 플라타너스잎 등이 나뒹구는 호젓한 가로수길은 걷기에도 분위기 만점이다. 기온이 점차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로수들은 낙엽을 모두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겨둔다. 만추의 계절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시린 계절이 다가오는 것이다.
가을에 '걷기 좋은 길'로 지정된 서울 시내 일부 가로수길은 그 운치를 살리기 위해 15일까지 낙엽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쌓아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평소 해당 가로수길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분들이 마냥 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오고갈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낙엽을 구석으로 몰아내는 일은 꾸준하다. 이런 낙엽길은 누군가에겐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낭만 거리'이지만, 누군가에겐 깨끗히 치워야할 고된 '일거리'인 셈이다.
거리에 낙엽이 떨어져 쌓이는 속도는 꽤 빠르다. 하루 일정한 시간마다 빗자루로 낙엽을 구석으로 몰아내 놓지만 쌓이는 양은 꾸준하다. 이렇게 떨어져 쌓인 낙엽들은 지자체별로 수거용 포대에 담겨져 자원으로 재활용된다.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통통한 수거용 포대는 그 무게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끊임없이 빗자루로 쓸고 포대용 자루에 담아도 거리는 금새 낙엽으로 뒤덮히는 요즘이다.
지난 주말엔 낙엽 쌓인 가로수길을 걷다가 마침 낙엽을 청소하고 있던 미화원 몇 분을 직접 만나는 계기가 있었다. 그 가로수길에서 세 분 정도를 스쳐 지나갔는데 엄청난 양의 낙엽을 치우느라 모두 여념이 없는 모습들이었다. 길을 걸으면서 속으론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선뜻 그 분들에게 표현하진 못했다. 자신들에게 할당된 그 긴 거리의 가로수길 낙엽을 모두 치워야 하는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당시 '수고하신다'는 인사 한마디라도 건넸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을의 끝에서, 낙엽 쌓인 가로수길 정취와 낭만 뒤엔 이렇듯 매번 수고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만일 가로수길을 걷다가 낙엽을 치우기 위해 수고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수고하신다'는 인사말을 먼저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가을을 마지막으로 갈무리하고 있는 이런 고마운 분들이 있기에 도심의 거리는 초겨울을 맞이하며 산뜻한 분위기로 서서히 탈바꿈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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