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찾아서

[스크랩] `부지런한 여행`을 터득했던 남도여행

문근영 2014. 4. 7. 00:50

 

지난 10월에 다녀온 남도 순천 여행은 조계산 선암사를 먼저 둘러본 후 조계산 트레킹 코스를 따라 송광사를 거쳐 법정스님의 자취가 남아 있는 불일암까지 걸어서 답사하는 일정이었다. 원래 이 코스를 하루 만에 모두 둘러볼 계획이었던 터라, 여행의 시작은 서울 용산역에서 여수행 전라선 막차를 타고 순천역까지 밤새 기차를 타고 떠나는 것이었다.

 

계획에 따라 이른 새벽에 도착한 순천역에선 선암사행 첫 버스가 운행할 때까지 잠시 지척이다가 아침 6시 경 첫 버스를 타고 선암사로 곧장 이동했었다. 때문에 선암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7시 경. 주위에 인적이라곤 볼 수 없고 간혹 인근 마을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만이 고요한 정적을 깨우던 그 넓다란 주차장에서 선암사 탐방을 시작했었다.

 

그런데 빡빡한 여행 일정 탓에 이른 아침에 도착했던 선암사 풍경은 오히려 더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십수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대웅전 앞 법당으로 아침 예불 때문인지 줄을 맞춰 총총히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일반인들이 아침 공양을 마치고 삼삼오오 경내를 산책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을 깨우는 산사 분위기는 평소엔 쉽게 경험하기 힘든 풍경이었다. 

 

 

 

 

 지난 10월 중순 아침 7시 경, 순천 조계산 선암사 입구 주차장 풍경

 

 

아침 7시 40분 경. 선암사 대웅전 뒷편 경내에서 바라본 조계산 능선 풍경

 

 

 

동쪽 하늘에서 막 떠오르는 햇살 때문에 선암사를 에워싸고 있는 조계산 능선이 마치 실루엣처럼 빛나던 풍경은 천년고찰의 운치를 더해주는 장면이었다. 신선한 공기 속을 뚫고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아침 산새 소리가 참 좋았고, 서서히 윤곽을 밝게 드러내던 오래된 돌담길과 옹기종기 배치된 가람은  마치 익숙한 고향 마을에서 아침을 맞는 느낌을 주었다.   

 

사실, 이런 느낌은 강진 다산초당을 답사하던 길에 아침 8시 경 둘러보았던 만덕산 백련사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기 전 햇살의 강도와 아침 운무가 살짝 덮힌 먼 산능선이 이루는 풍경은 그 자체로써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이른 아침 산사에서 느끼는 약간 몽환적인 신비로움은 해가 중천 가까이 떠오르면서부터는 이내 사라져 버리곤 했다.

 

이렇듯 이른 아침 산사에서 맞는 풍광은 무척 색다른 분위기였다. 지난 2010년 1월 1일 새해 아침 운길산 수종사에서 맞이했던 일출은 추위 때문에 분위기를 추수릴만한 감성적(?) 여유가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포근한 가을에 맞이한 산사의 이른 아침 풍경은 충분히 오감과 감성을 자극할 만한 매력이 있었다.

 

 

 

 

아침 7시 40분 경, 대웅전 앞 불당 입구에 가지런히 놓인 비구니 스님들의 고무신 

 

 

아침 7시 50분 경, 선암사 경내로 서서히 번지는 가을 햇살

 

 

이번 남도 여행길에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 있었다. '여행도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해야 한다' 것이다. 보통 여행지에 가면 아침 때면 늦게 일어나 설렁설렁 하루 여행 일정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까지 와서 굳이 빡세게 보낼 필요가 있느냐' 하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지 분위기에 취해 저녁엔 술을 마시거나 느슨해진 마음 때문에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을 정취로 서서히 물들던 지난 10월 다녀온 남도 여행길에선 문득, '이른 아침부터 시작하는 부지런한 여행 패턴'을 생각하게 되었다. 하루 일정을 일찌감치 서두르다 보니 평소엔 볼 수 없던 이른 아침에만 느낄 수 있는 대자연 풍광과 고풍스런 사찰, 마을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오전 시간을 일찍 시작해 알차게 보내다 보니 여행지에서 보내는 오후 시간은 훨씬 더 여유롭게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겸험이었다.  

 

막차를 타고 떠났던 지난 남도 여행길에서 새삼 깨달았던, 개인적인 여행 잡기(雜技)라 하겠다.

 

출처 : 트레킹 라이프
글쓴이 : 루덴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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