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찾아서

[스크랩]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집필한 곳, 불일암

문근영 2014. 4. 4. 00:35

 

당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

그 일에 전심전력을 기울이라.

그래서 당신의 인생을 환하게 꽃피우라.

-<오두막 편지>에서-


진리에 의지하고 사람에게 의지하지 말라.

뜻에 의지하고 말에 의지하지 말라.

지혜에 의지하고 지식에 의지하지 말라

-<말과 침묵>에서-

 


법정(法頂)스님은 떠났지만 스님이 남긴 자취와 향기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조계산 송광사 불일암(佛日庵). 그곳엔 스님이 남긴 말씀과 가을 정취가 함께 있었다. 스님이 거처하던 불일암 곳곳엔 낙엽이 소복히 쌓여 간혹 바람에 나뒹굴고 있었다. 스님이 직접 만든 빠삐용 의자는 여전히 주인을 떠나 보낸 빈 자리로 그렇게 불일암을 지키고 있었다.


빠삐용 의자 위엔 방명록과 스님 말씀이 새겨진 책갈피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방명록을 열어보니 이날 불일암을 먼저 찾은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 꽤나 많았다. 간단하게 잘 다녀간다는 인사치레부터 스님에 대한 그리움을 긴글로 남긴 방문자도 많았다. 바구니에 담겨 있는 사탕 한 개와 책갈피 두 개를 집어 들고 주위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후박나무 잎이 낙엽으로 뒹굴고 있는 가을 한낮의 불일암 전경

 


법정스님이 직접 만든 빠삐용 의자. 빈 의자 위 방명록엔 스님을 그리워하는 흔적들이 마치 주인을 대신하는 듯 했다

 

 

불일암 앞에는 주전자와 찻잔이 놓여 있어 누구든지 이곳에서 물을 따라 마시도록 배려해 놓은 모습이었다. 주위엔 나무 그루터기 모양을 한 의자가 놓여 있어 이곳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 앞엔 법정스님이 36년 전에 직접 심어 놓은 커다란 후박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나무 아래 작은 화단은 스님 다비식 이후 일부를 산골해 모셔 놓은 곳이다.


후박나무 아래 텃밭엔 가지와 호박 등 계절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텃밭 모퉁이엔 먹음직스럽게 익은 열매가 가득 매달린 감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그 옆 태산목에선 색깔 고운 낙엽이 간혹 한두 잎씩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막 떨어진 낙엽을 주워 보니 그 색감이 너무 예뻤다. 불일암을 찾은 기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몇 개를 조심스럽게 주워 배낭 속에 담았다.

 

 

 

불일암과 아래쪽 하사당. 왼쪽 아래엔 법정스님이 만든 여름철 간이샤워장. 텃밭 모퉁이엔 감나무와 태산목이 서 있다 

 

 

불일암 앞엔 누구든지 목을 축이고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간이 휴게터를 만들어 놓았다 

 

 

법정스님이 36년 전 직접 심은 후박나무 아래엔 다비식 이후 스님 일부가 산골되어 소중히 모셔져 있다 

 

 

  법정스님이 즐겨보았다는 후박나무 옆에서 바라본 불일암 앞 쪽 전망

 

 

불일암(佛日庵)은 법정스님이 세랍 43세 때인 1975년부터 1992년까지 17년 동안 홀로 머물며 수행하던 곳이다. 스님은 이곳에서 1976년에 <무소유>를 집필했다. 이후 스님은 불일암에서 수행과 책읽기, 집필작업에 몰두했다. <무소유> 이후 세간의 관심이 커지면서 방문객이 늘자, 스님이 미련없이 강원도 산지로 다시 수행처를 옮기기까지 불일암은 곧 법정스님이었다.

 

불일암은 원래 송광사 7대 자정국사가 머물던 자정암에서 시작된 오래된 암자이다. 이 불일암 옆엔 자정국사 부도가 있다. 불일(佛日)이란 ‘부처의 빛’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맑고 향기로운 청정한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다간 법정스님은 부처의 빛을 강하게 발했던 큰스님이었다. 그 자취와 여명이 여전히 현재에 이르고 있음을, 가을날 찾아간 불일암에서 느낄 수 있었다.  


 

 

왼쪽엔 후박나무. 오른쪽엔 태산목이 서 있다 

 

 

맑고 청정한 법정스님이 머물어 '부처의 빛'이 충만했던 불일암 

 

 

불일암 동쪽 언덕엔 송광사 7대 국사인 자정국사 부도가 있다

 

 

불일암은 송광사에서 가는 길이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송광사 일주문 못 미쳐 율원으로 올라가는 길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계곡가 다리를 건너 울창한 편백나무숲 옆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송광사 율원 입구가 나온다. 계속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꽤 큰 규모의 감로암을 마주하게 된다. 

 

감로암 왼쪽 길을 따라 조금 오르다보면 돌무더기가 놓여 있는 가파른 오솔길로 오르는 길목을 만나게 된다. 이 길을 따라 오른 후 약 15분 정도 한적한 숲길을 걷다보면 불일암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일주문 근처 계곡가 다리에서 율원을 지나 감로암까지는 약 550m (12분 소요). 감로암에서 불일암까지는 약 700m (20분 소요)거리이다.


또 다른 길은 송광사 매표소를 지나 옛길을 따라 다송원과 탑전까지 이동한 다음에 삼나무와 대나무으로 우거진 숲길을 거쳐 만들어진 약 850m (25분 소요) 정도 오솔길을 따라 가는 방법이다. 이 두 코스를 이용해 불일암 입구를 거쳐 한바퀴 일주하는데는 약 55분 정도 소요된다. 현재 계곡가 다리를 건너 율원으로 올라가는 코스 입구는 토목공사 중이므로 걸을 때 주의를 요한다.

 

 

 

송광사 일주문에서 율원과 감로암을 거쳐 불일암으로 들어가는 오솔길 입구까지 가는 길 

 

 

감로암과 부도비를 지나면 곧바로 마주하게 되는 불일암으로 오르는 가파른 오솔길 입구

 

 

가파른 언덕을 잠시 오르면 이후부턴 평탄하고 한적한 숲길을 걷게 된다

 

 

왼쪽에 보이는 또다른 길은 송광사 매표소에서 출발해 옛길을 따라 불일암으로 올라오는 코스

 

 

불일암 입구를 나타내는 작고 아담한 출입문

 

 

좁고 오붓한 이 오솔길을 통과하면 넓은 텃밭과 불일암을 마주하게 된다

 

 

불일암 안쪽에서 바라본, 출입문 쪽으로 가지런히 다듬어진 오솔길 풍경

출처 : 트레킹 라이프
글쓴이 : 루덴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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