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아침의 시 / 배한봉 |
| 문명의 식욕 배한봉 옷의 식욕은 왕성하다. 성욕보다 수면욕보다 힘이 세다 나는 옷의 배를 불리는 양식이다 양말을 신자, 발이 사라진다. 양말이, 발을 먹었다 왼쪽 다리를 먹은 바지가 오른쪽 다리를 밀어 넣으니 오른쪽 다리마저 먹어 버린다 왼팔을 넣으면, 왼팔을, 오른 팔을 넣으면 오른 팔을 먹는 재킷 씹지도 않고 삼켜 버리는 재킷 나는 이제 어깨도 가슴도 없다 나는 이제 한 벌의 옷이다! 거리에 사람을 갖춰 입은 # 사이언스데일리(Science Daily)의 보도에 의하면 인류가 처음 옷을 입기 시작한 시기는 빙하기 직후인 약 17만년 전 이라는 사실이 이(louse)의 DNA 분석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하였어요.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연구진은 현생 인류에 기생하는 이의 DNA를 연구한 결과 사람의 머릿니에서 옷엣니로 분화된 시기가 17만년 전 임을 밝혔답니다. 인간이 옷을 입는 것은 모든 동물들 가운데서 가장 두드러진 외형적 특징일거예요. 그것도 사시사철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매 년, 매 계절 마다 새롭게 유행하는 패션들이 매스컴을 채우고, 유행에 뒤질 새라 앞다투어가며 옷을 갈아입는 동물은 인간 밖에는 없지요. 의상 심리학자 Stone(1962)은 인간의 외모는 그 사람의 정체성, 가치, 기분, 그리고 태도를 나타내는 상징이 될 수 있다고 보았어요. 외모는 한 인간의 내면세계에 접근 할 수 있는 풍부한 정보원이 될 수 있지요. 그 중에서도 옷은 한 인간의 특징을 비교적 쉽게 드러낼 수 있어요. 또한, 사람들의 옷 색깔은 한 나라의 경제를 반영하기도 하는데, 경기가 좋으면 밝고, 깨끗하고, 명랑한 색깔이 우세해지고, 경기가 나쁠 때는 검정이나 회색처럼 어두운 색이 유행한다고 한답니다. 오늘날 옷은 한 인간의 사회적 계급을 표시하는 수단이 되어버려 “옷의 식욕은/왕성”해져서 “성욕보다 수면욕보다 힘이 세”지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내가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나는 옷의 배를 불리는 양식”으로 주객이 전도된 사회 속에서 “나는 이제 한 벌의 옷이”되어 하루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갖가지 유명 상표의 옷들이 오히려 “거리에 사람을 갖춰 입은” 채로 어디론가 바쁘게 가고 있군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
-'문화저널21'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천상병 시 `새` 7편 - 부제목 `새` 시 4편 (0) | 2014.03.17 |
|---|---|
| [스크랩] `새` 시 모음 (0) | 2014.03.08 |
| [스크랩] 홍일표의 좋은 시 찾아 읽기(50) - 시의 매혹과 이면 (0) | 2014.03.08 |
| [스크랩] 봄비 시 모음 (0) | 2014.03.08 |
| [스크랩] “큰 새 두 마리와 큰 뱀과 나”의 세계 ―이창수의 시세계 / 장석주 시인 (0) | 2014.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