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새』. 조광출판사. 1968 : 『천상병 전집』. 평민사. 1996)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
·59, 5.『사상계』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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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1) /천상병
저 새는 날지 않고 울지 않고
내내 움직일 줄 모른다.
상처가 매우 깊은 모양이다.
아시지의 성(聖)프란시스코는
새들에게
은총 설교를 했다지만
저 새는 그저 아프기만 한 모양이다.
수백 년 전 그날 그 벌판의 일몰(日沒)과 백야(白夜)는
오늘 이 땅 위에
눈을 내리게 하는데
눈이 내리는데........
『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65. 3.『女優』에 발표.
·『女優』에 발표된 작품의 전문을 밝힌다. 참고하기 바란다(편집자-註)
저 새는 날지 않고 울지 않고
내내 움직일 줄 모른다.
상처가 매우 깊은 모양이다.
아시지의 성(聖)프란시스코는
새들에게 恩寵의 說敎를 했다지만
저 새는 그저 아프기만 한 모양이다.
수백년전 그날 그 벌판의
日沒과 白夜는
오늘 이 땅 위에
눈을 나리게 하는데
눈이 나리는데.......
새1)『천상 37』(오), .『저승 98』.(일), 『요놈 131』.(담)에서는 [새.3]으로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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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상병
가지에서 가지로
나무에서 나무로
저 하늘에서
이 하늘로,
아니 저승에서 이승으로
새들은 즐거히 날아 오른다.
맑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대자대비(大慈大悲)처럼
가지 끝에서
하늘 끝에서......
저것 보아라,
오늘 따라
이승에서 저승으로
한 마리 새가 날아 간다.
『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
·66.2..『시문학』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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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상병
최신형기관총좌를 지키던 젊은 병사는 피비린내 나는 맹수의 이빨 같은 총구 옆에서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어느 날 병사는 그의 머리 위에 날아온 한 마리 새를 다정하게 쳐다보았다. 산골출신인 그는 새에게 온갖 아름다운 관심을 쏟았다. 그 관심은 그의 눈을 충혈케 했다. 그의 손은 서서히 움직여 최신형 기관총구를 새에게 겨냥하고 있었다. 피를 흘리며 새는 하늘에서 떨어졌다. 수풀 속에 떨어진 새의 시체는 그냥 싸늘하게 굳어졌을까. 온 수풀은 성 바오르의 손바닥인양 새의 시체를 어루만졌고, 모든 나무와 풀과 꽃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부르짖었다. 죄없는 자의 피는 씻을 수 없다. 죄없는 자의 피는 씻을 수 없다.
-『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
·66.7..『문학』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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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상병
저것 앞에서는
눈이란 다만 무력할 따름
가을 하늘가에 길게 뻗친 가지 끝에
점찍힌 저 절대 정지를 보겠다면......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미묘하기 그지없는 간격을,
이어 주는 다리[橋]는 무슨 상형(象形)인가.
저것은
무너진 시계(視界) 위에 슬며시 깃을 펴고
핏빛깔의 햇살을 쪼으며
불현듯이 왔다 사라지지 않는다.
바람은 소리없이 이는데
이 하늘, 저 하늘의
순수균형을
그토록 간신히 지탱하는 새 한 마리.
-시집 『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
·67. 5..『현대문학』에 발표.
1연 4행
『현대문학』는 [보겠다면은......[으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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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상병
―아폴로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음악을 듣는 것이다. 내 마음의 빈터에 햇살이 퍼질 때, 슬기로운 그늘도 따라와 있는 것이다. 그늘은 보아 더 짙고 먹음직한 빛일지도 모른다.
새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골짜구니를 건너고 있을까? 내 마음 온통 세내어 주고 외국 여행을 하고 있을까?
돌아오라 새여! 날고 노래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이 그늘의 외로운 찬란을 착취하기 위하여!
『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2011-06-20 / 월요일, 오전 10시 02분
■
·69. 4..『월간문학』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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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2/천상병
그러노라고
뭐라고, 하루를 지껄이다가,
잠잔다 ―
바다의 침묵, 나는 잠잔다.
아들이 늙은 아버지 편지를 받듯이
꿈으로 꾼다.
바로 그날 하루에 말한 모든 말들이,
이미 죽은 사람들의 외마디 소리와
서로 안으며, 사랑했던 것이나 아니었을까?
그 꿈속에서……
하루의 언어를 위해, 나는 노래한다.
나의 노래여, 나의 노래여,
슬픔을 대신하여, 나의 노래는 밤에 잠잔다.
『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
·60. 1.『자유문학』에 발표.
·『자유문학』에 발표된 작품의 전문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참고하기 바란다(편집자-註)
그러노라고
뭐라고 하루를 지껄이다가,
잠잔다 ―
바다의 침묵, 나는 잠잔다.
아들이 늙은 아버지 편지를 받듯이
꿈으로 꾼다.
바로 그날 하루에 말한 모든 말들이,
이미 죽은 사람들의 외마디 소리와
서로 안으며, 사랑했던 것이나 아니었을까?
그 꿈속에서……
하루의 언어를 위해, 나는 노래한다.
나의 노래여, 나의 노래여,
슬픔을 대신하여, 나의 노래는 밤에 잠잔다.
·『주막 63』, (민) 『천상 36』 (오) , (일) 『요놈 130』(담)에는 위의 시 2연, 3연, 4연을 붙여 한 연으로 수록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바다의 침묵, 나는 잠잔다.
아들이 늙은 아버지 편지를 받듯이
꿈으로 꾼다.
바로 그날 하루에 말한 모든 말들이,
이미 죽은 사람들의 외마디 소리와
서로 안으며, 사랑했던 것이나 아니었을까?
그 꿈속에서……
1)『주막』, 『천상』『저승 97』 (일) ,에는 [꿈을]로 수록(위 인용부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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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별빛/천상병
―새
돌담 가까이
창가에 흰 빨래들
지붕 가까이
애기처럼 고이 잠든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슬픔 옆에서
지겨운 기다림
사랑의 몸짓 옆에서
맴도는 저 세상 같은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물결 위에서
바윗덩이 위에서
사막 위에서
극으로 달리는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새는
온갖 한낮의 별빛 계곡을 횡단하면서
울고 있다.
-시집『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
·70. 6.『창작과 비평』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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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천상병
―새
지난날, 너 다녀간 바 있는 무수한 나무가지 사이로 빛은
가고 어둠이 보인다. 차가웁다. 죽어가는 자의 입에서 불어오
는 바람은 소슬하고, 한번도 정각을 말한 적 없는 시계탑침이
자정 가까이에서 졸고 있다. 계절은 가장 오래 기다린 자를
위해 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너 새여……
-시집『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
·70. 6.『창작과 비평』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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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천상병
―새
1
입가 흐뭇스레 진 엷은 웃음은,
삶과 죽음 가에 살짝 걸린
실오라기 외나무다리.
새는 그 다리 위를 날아간다.
우정과 결심, 그리고 용기
그런 양 나래 지으며……
풀잎 슬몃 건드리는 바람이기보다
그 뿌리에 와 닿아주는 바람,
이 가슴팍에서 빛나는 햇발,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풀밭 길에서
입가 언덕에 맑은 웃음 몇 번인가는……
2
햇빛 반짝이는 언덕으로 오라
나의 친구여,
언덕에서 언덕으로 가기에는
수많은 바다를 건너야 한다지만
햇빛 반짝이는 언덕으로 오라
나의 친구여……
-시집『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
·70. 7.『현대문학』에 발표.
『현대문학』에는
6연 1행
[가기에도],
6연 2행
[한다지만은]으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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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천상병
―새
이젠 몇 년이었는가
아이론 밑 와이셔츠 같이
당한 그날은……
이젠 몇 년이었는가
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
내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내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
-시집『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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