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아침의 시 / 임영봉 |
| 검정 고무신 임영봉 밤 깊은 산 돌부처 였다가 꼭두새벽 바람 돌부처 였다가 산 계곡 물소리 돌부처 였다가 # 인류가 신발을 신기 시작한 시기는 약 4만년 전 부터라고 추정되고 있어요. 발견된 신발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1938년 미국 오래건 주에서 출토된 것으로 식물섬유로 꼬아서 만든 신발이랍니다. 고무는 11세기경 멕시코에서 공예품에 사용한 것이 시초랍니다. 유럽에서는 1770년 프리스톨리(Priestley)가 고무를 지우개로 사용한 이래, 고무신, 운동화, 타이어, 고무줄, 고무장갑, 비옷, 전기 절연체와 각종 전자제품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요. 우리나라에 고무신이 소개된 것은 1910년대로 최초로 고무신을 신은 사람은 순종이었다는 군요. 1970년대 까지 전 국민의 대중적인 신발이었던 고무신은 검정고무신, 흰 고무신, 그리고 꽃무늬나 색깔을 넣은 색동고무신 등이 있었는데, 서민들은 값이 저렴한 검정 고무신을 신었지요. 아이들의 검정 고무신의 용도는 정말 다양했답니다. 하교 길에 냇가나 개천에서 고기를 몰거나 잡을 때도 사용하였고, 어쩌다 잡힌 피라미나 조그만 조개를 담아두는 그릇 역할도 했어요. 때론 구비 도는 냇물에 고무신을 띄워 둥둥 떠가는 고무신 배를 따라가는 뱃놀이를 하기도 하였고, 더위를 식히려 멱을 감을 땐 물을 퍼서 머리에 끼얹는 바가지 역할도 했지요. 뒷축이 터지면 굵은 무명실로 꿰매어 신기도 하였으나, 바닥이 닳고 닳아 더 이상 신을 수 없게 되면 엿장수 아저씨에게 엿을 바꾸어 먹었지요. 고단하게 잠든 깊은 밤 신발 주인의 대낮의 모든 행적을 알고 있는 검정 고무신은 “밤 깊은 산 돌부처 ” 처럼 그 모든 사연 말없이 밤 속에서 다독여주고, 또 다시 해가 뜨고 새 날이 오면 “꼭두새벽” “바람”처럼 휘돌아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는 “돌부처”가 되지요. 신발은 알고 있지요. 신발 주인의 기쁨과 슬픔과 고통과 외로움을. “검정 고무신”은 주인의 모든 사연을 안고 “산 계곡 물소리”로 반야심경(般若心經)을 풀어내고 있군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
-'문화저널21'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詩소리 시창작교실 제17교시 강연자료 - 관념과 사물에 대하여 / 김용오 교수 (0) | 2014.03.17 |
|---|---|
| [스크랩] 나태주 시인과 함께 떠나는 명시여행 (4) - 연꽃 피는 날이면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0) | 2014.03.17 |
| [스크랩] 낙화 제목의 시 모음 (0) | 2014.03.17 |
| [스크랩] 천상병 시 `새` 7편 - 부제목 `새` 시 4편 (0) | 2014.03.17 |
| [스크랩] `새` 시 모음 (0) | 2014.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