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이 아침의 시 / 김규동 - 죽여주옵소서

문근영 2014. 2. 15. 09:39

이 아침의 시 / 김규동
 
서대선
죽여주옵소서

놀다보니 다 가버렸어
산천도 사람도 다 가버렸어
 
제 가족 먹여 살린답시고
바쁜 체 돌아다니다보니
빈 하늘 쳐다보며 쫓아다니다 보니
꽃 지고 해 지고 남은 건 그림자뿐
 
가버렸어
그 많은 시간 다 가버렸어
50년 세월 어디론가 다 가버렸어
이래서 한잔 저래서 한잔
먹을 것 입을 것
 
그런 것에나 신경 쓰고 살다보니
아, 다 가버렸어 알맹이는 다 가버렸어
통일은 언제 되느냐
조국통일은 과연 언제쯤 오느냐
 
북녘
내 어머니시어
놀다 놀다
세월 다 보낸 이 아들을
백두산 물푸레나무 매질로
반쯤 죽여주소서 죽여주옵소서.
 

# 1983년 6월 30일 밤 10시 15분 가수 패티 김의 노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KBS 텔레비전에서 같은 제목의 타이틀을 내건 “이산가족 찿기”프로그램은 상상을 초월하는 이산가족들의 염원으로 KBS는 모든 정규방송을 취소한 채, 5일 동안 “이산가족 찿기”라는 단일 주제로 릴레이 생방송이 진행 되었다. 이 기간 동안 이산가족을 만나기 위해 여의도를 찿아 온 이산가족만 5만 여명에 달했고, 총 500여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기쁨을 누렸다.
 
2010년 대한적십자로부터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총 12만 8129명의 이산가족 중 지난 2010년 8월 말 까지 4만 4444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부터 이산가족 신청자 중 사망자 숫자를 집계한 것을 토대로 한다면 하루에 10명꼴로 세상을 뜬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분들 중 90세 이상이 전체의 약 5.6%, 80대는 약 35%, 70대 이하는 약 36.6%로 연로하신 세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나비와 광장“으로 시단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시인, 전후 모더니즘의 대표 주자이셨던 시단의 큰 별, 평생을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시어詩語에 담아냈던 문단의 원로이신 이산가족 한 분께서 소천 하셨다.

지금쯤, 전쟁도 이데올로기도 분단의 아픔도 없는 그곳에서 그리도 그립던 어머니 품에 안기셨기를.....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dsseo@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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