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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윤종남의 시읽기 79> 이석구 시인의 “마량리 동백”

문근영 2014. 2. 15. 09:38

<윤종남의 시읽기 79> 이석구 시인의 “마량리 동백”
편집국, 2011-10-04 오전 11:44:20  

 
<마량리 동백>

길이 아닌 곳에서만 가는 길이 보인다고
외발 수레바퀴 끌고 오는 눈발 따라
그림자 뒷걸음치며 마른풀을 밟는다

여기 아무도 모른 낯선 세상에 내가 있듯
악보에는 없는 음표 호흡을 조절하며
얼음장 빗금 친 파도 겨울 바다를 건넌다

앞선 사람 대신 좁혀오는 바람처럼
지상의 문을 여는 미지의 열쇠구멍 속에
발자국 찍힌 눈꽃이 꽃망울 터뜨린다



<이석구 시인의 약력>
충남 청양 출생
2004년 월간문학 신인상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1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 <커다란 잎>
현재 <21세기 시조>동인

유성호 평론가의 해설을 본다
이 시편의 화자는 , ‘마량리 동백’ 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에 자신을 투사投射하는 과정을 통해, ‘동백’이 꽃망울을 터뜨리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삶의 과정으로 고스란히 은유하고 있다. 겨울 내내 퍼부었을 ‘눈발’을 따라 오랜 시간 밟아온 ‘마른풀’은, 비록 한시적으로는 고난과 역경이었을지라도, 선홍빛 동백의 개화를 가능케 한 실질적 시간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길이 아닌 곳에서만 가는 길이 보인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낯선 세상에서 마주친 “얼음장 빗금 친 파도”야말로 동백을 피어나게 한 것이라고 암시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게 지상의 문을 여는 미지의 열쇠구멍“ 속에서 눈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과정을 화자는, 삶의 어떤 점화의 순간으로 유비(analogy)하고 있다,
이는 이 시인의 시학이 오랜 시간의 축적 과정을 통한 개화의 순간에 바쳐지고 있는 장면이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인은 오랜 시간을 지나 터지는 ‘꽃망울’을 차분하게 응시하면서, “꽃망울 터지는 날/ 무심코 들여다 본 / 둥지 안은 환하다”(오색딱따구리)는 표현을 통해, 생명 현상의 경이로움을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인뉴스 윤종남논설위원>
-'세계로 열린 인터넷신문 제주인뉴스' 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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