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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윤종남의 시읽기 78> 김술곤 시인의 “로그인”

문근영 2014. 2. 15. 09:38

<윤종남의 시읽기 78> 김술곤 시인의 “로그인”
편집국, 2011-10-03 오후 09:07:02  

 
<로그인>

안개를 지우면서 땅속으로 달려 나와
묵비권 번호키를 손끝 쿡쿡 눌러댄다
눅진한 날씨 탓인지 무릎뼈가 삐걱댄다

전원의 표시등이 검은 장막 거둬 낸다
사태 진 급물살로 붉게 물든 그래프
실시간 멈추지 않는 떠돌이의 숫자들

인식 못한 흐름 앞에 송사리떼 몰려들고
가면 쓴 자화상 팩스 한 장 받아 쥔다
대박 꿈 치고 빠지는 광속의 그 숨막힘

아파트 불빛 등대 닿기엔 아득하고
오븐 위 노릇노릇 익어 갈 저녁 밥상
아직도 정체 구간은 산 너머 또 산인데

<김술곤 시인의 약력>
1958 경북 청도 출생
2009 『나래시조』신인상
2011 『시조문학』작가상

민병도 시인의 해설을 본다
시인으로 존재하는 한 함께 짚어질 의미 있는 이 작품은 그러나 앞서 보아왔던 시들과는 경향이 많이 다르다. 자연산을 자처해 온 시인으로서는 가두리 양식과도 흡사한 오늘날의 현상적 편의주의가 탐탁할 리 없다. 그는 냉정히 메스를 들이댄다.
지금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모래 위에서 한 알의 모래에게 의미를 주는 일이나 수많은 풀들 중에 한 포기와 눈빛을 나누는 일처럼 극단의 자기 선택을 강요받는 시대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누구라도 그 숨겨진 모래알이나 풀포기를 찾아내는 비밀통로를 지나지 않고는 세상을 만날 수 없다.
날마다 몇 차례씩 그 비밀통로를 통해서 만나는 세상은 그러나 결코 우리들이 바라는 모든 해법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세상의 밖이거나 세상의 안이거나 정체되고 적체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호기심으로 날마다 들어가 보는 컴퓨터 속의 비밀통로에 갇힌 현대인들의 심리를 포착해 낸 작품이다.

<제주인뉴스 윤종남논설위원>
-'세계로 열린 인터넷신문 제주인뉴스' 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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