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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윤종남의 시읽기 80> 전정희 시인의 “물에도 때가 있다”

문근영 2014. 2. 15. 09:38

 

 

<윤종남의 시읽기 80> 전정희 시인의 “물에도 때가 있다”
편집국, 2011-10-05 오전 00:11:08  
 

<물에도 때가 있다>



물 한 컵 떠놓고서 양파를 키우다가
컵 바닥에 파랗게 자라는 물때를 발견했다
그렇게 맑은 물에도 때가 숨어 있었을까

고인 물은 썩는다고 누가 말했었지
물은 썩으면서 양파를 키워내고
물때를 가라앉히며 때를 버리고 물이 된다

물속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어난다고?
바다는 출렁이면서 제 몸을 씻어내고
세상에 때를 지우고 고기들을 풀어 놓는다

흐르는 물속에도 이끼 자라는 것 보았다
가라앉은 낙엽들이 물고기의 집이 되고
한세상 흘러가다가 물이 흐려지는 이유.


<전정희 시인의 약력>
199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
2005년 중앙시조 대상 신인상 수상
시집으로<물에도 때가있다>

이근배 시인의 해설을 본다
모국어의 지평은 우주만큼 넓다. 이 비옥한 땅위에서 오랜 전통의 시조는 새 농법이 꾸준히 개발되고 정착되어 왔다. 오늘 나의 시선은 지금까지 눈에 익어왔던 농작물이 아닌, 빛깔과 향기를 달리 하면서도 유난히 아름다워 보이는 한 꽃나무에 꽂혀있다. 반가운 일이다. 시조가 굳어 있는 생각에 갇혀 영토의 확장을 지연시키고 있음에 이 시인이 그 틈새를 비집고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우고 있음을 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전정희 시조가 형식의 매듭을 아주 자유스럽게 풀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다. 형식이 있는 시(시조)와 형식이 없는 시(자유시)의 경계를 무너트리면서도 시조의 가락을 지키는 기법을 그는 손에 넣는 것이다.
말의 밖에서 말을 찾아내고 풍경의 밖에서 풍경을 그리는 데에 익숙하고 글감을 잡는 일이나 시로 담아내는 일에도 비범하다. 전정희 시인의 천착穿鑿이 이로부터 더 깊은 곳에 이를 것을 믿는다.

<제주인뉴스 윤종남논설위원>
-'세계로 열린 인터넷신문 제주인뉴스' 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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