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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윤종남의 시읽기 81> 김강호 시인의 “아버지”

문근영 2014. 2. 15. 09:37

<윤종남의 시읽기 81> 김강호 시인의 “아버지”
양금희 기자, 2011-10-06 오후 07:41:35  
 
<아버지>

요양원에 누워 있는 일흔다섯 살 수줍은 소년

평생토록 펼쳐 두었던 자미粢薇빛 하늘을

허름한 마음 주머니에 시나브로 담고 있네

뒤틀린 세월만큼 야위고 멍이 들어

뼈만 남은 등줄기를 긁어드릴 때마다

설움이 메아리쳐서 앙가슴을 울리네

귀뚜라미 한 마리가 헐쑥한 달을 끌고

구멍 숭숭 뚫려 있는 꿈결을 찾아가서

못다 한 노래 한 소절 은빛으로 풀고 있네

어렴풋한 기억 속에 마른 손 집어넣어

땀방울 먹고 자란 머드러기 쥐어 보다가

넘치던 눈물샘도 말라 속울음만 우는 소년


<김강호 시인의 약력>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아버지>
광주전남 시조시인협회 회장 역임
제 2회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
2011년 고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초생달> 수록

이지엽 시인의 해설을 본다
아버지는 총 4수로 된 작품이며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하다. 담양의 한 요양원에 모신 아버지를 동행한 길이라 같이 가 본 적이 있다. 보고 와서는 눈시울이 붉어진 시인을 보고 마음이 적이 안쓰러운 적이 있는데 그 아버지도 이제 먼 길을 떠나셨다.
이 작품은 4단 구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첫 수와 둘째 수는 요양원의 아버지 모습이지만 셋째 수는 “귀뚜라미 한 마리”의 이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귀뚜라미는 “헐쑥한 달을 끌고/ 구멍 숭숭 뚫려 있는 꿈결을 찾아가서 / 못다 한 노래 한 절은 은빛으로 풀고 있”는 아버지의 슬픔을 대신하는 존재이다. 더 나아가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처럼 해석되면서 애잔함을 더해 주고 있다.
세월이 갈수록 작아지고 작아져서 소년 같은 아버지의 모습은, 아버지를 대상으로 쓴 다른 작품‘나목裸木’에서 보이는 “매섭게 눈을 부릅뜬 회초리”조차도 이제는 없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 마른 손 집어넣어 / 땀방울 먹고 자란 머드러기 쥐어보”기도 하다가, 평생토록 펼쳐 두었던 멍빛 “허름한 마음 주머니”에 연신 담아내고 있는 순진무구함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제주인뉴스 윤종남논설위원>
-'세계로 열린 인터넷신문 제주인뉴스' 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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