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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윤종남의 시읽기 89> 이영숙 시인의 “전화”

문근영 2014. 2. 11. 16:16

<윤종남의 시읽기 89> 이영숙 시인의 “전화”
편집국, 2011-10-17 오전 02:34:53  
 
<전화>

나는 설레네
꽃피는 봄날
내가 놓아 준 징검다리를 밟고
마주보며 다가와
떨림을 담아내는 노래 들으면

나는 뜨겁네
여름날의 태양 아래
잉태한 불꽃
한 줄금 소낙비로 식히지 않으면

나는 아프네
휑뎅그런 들판에
허수아비 남루 펄럭이고
사랑의 조락에 어깨 들썩이면

나는 무섭네
얼어붙은 심장에
천둥번개 치고
동강날 최후의 심판이 내게 꽂히면

오 내 과녁을 겨냥한
날카로운 화살촉


<이영숙 시인의 약력>
1994연 이근배 시인 추천으로 한국시 등단
작품 '하늘의 속살' '돌의 정거장;
'길 위의 날들' 이 있음


이근배 시인의 해설을 본다
설레임, 뜨거움, 아픔, 이런 낱말들은 시를 눈뜨게 하는 씨앗이 되는 말이다. “꽃피는 봄날” “여름날의 태양” “휑뎅그런 들판에 허수아비” 또한 시에서 쉽게 글감으로 끌어내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 시의 제목은 <전화>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주고받는 전화 속에 “오 내 과녁을 겨냥한/ 날카로운 화살촉”이 들어 있음이다. 그래서 설레고, 뜨겁고, 아픈 것이다. “전화”에서 그리움이나 기다림 같은 것을 뽑아내는 시들은 익히 보아왔다. 그러나 이 시에서처럼 “최후의 심판이 내게 꽂히”는 무서움과 “날카로운 화살촉”으로까지 짚어낸 것은 아직 읽지 못했다.
이 시인의 들끓는 감성이 시에 와서 용암으로 분출되고 있음을 본다. 특히 이 시인의 시는 어린 아이의 눈망울 같은 티 없는 어여쁜 시를 낳는다. 몸은 낮을수록 생각은 높을수록 시가 더 살가워진다는 것을 이 시를 통해서 알게 된다.

<제주인뉴스 윤종남논설위원>
-'세계로 열린 인터넷신문 제주인뉴스'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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