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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자리>
강물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속 깊은 상처 아물어 생살 돋을 때까지 제 속에 산 그림자를 껴안고 있기 때문이지
바위가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속으로 울음 울어 불길 잡힐 때까지 거인이 앉았던 자리에 가득한 고요 때문이지
<김삼환 시인의 약력> 1992년 한국시조 신인상으로 등단 2005년 한국시조 작품상 수상 역류 동인 시집<적막을 줍는 새><풍경인의 무늬 여행> <비등점><뿌리는 아직도 흙에 닿지 못하여> <왜가리 필법> 등이 있음
정수자 시인의 해설을 본다 사유의 깊이과 서정이 형식과 잘 어우러진 수작이다. “강물”과 “바위”는 우리가 늘 보고 그려온 자연 경관이자 시조에서도 많이 노래해온 대상이다. 그런데 시인은 이런 전통을 전복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의 의미를 새롭게 캐낸다. 거기에는 무엇보다 새로운 발견과 해석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우선 “강물”의 “생살”이 돋는 다는 것이나 “바위”가 “울음”으로 제 속의 “불길”을 잡는다는 참신한 표현이 시상을 새롭게 한다. 게다가 자기 밖의 어떤 작용을 수용하고 견디는 데서 나오는 힘을 시인은 “제 속에 산 그림자를 껴안고 있기 때문이”고, “거인이 앉았던 자리에 가득한 고요 때문”이라고 묘파한다. 그것은 얼핏 당연해 보이지만, 어떤 존재의 기억 혹은 위대한 시간의 흔적들이 쌓여 만드는 게 바로 <거인의 자리>일 것이다. “거인이 앉았던 자리”에 “고요”가 “가득”하다는 구절도 상당한 파장을 거느린다. “가득한 고요”의 여운이 “거인”의 풍모에 겸허한 깊이를 더하며 그 자리를 아름답게 각인하는 것이다.
<제주인뉴스 윤종남 논설위원> -'세계로 열린 인터넷신문 제주인뉴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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