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시인의 시론 -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즐거움 / 김연동

문근영 2014. 1. 26. 15:53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즐거움 / 김연동
시인의 시론
[53호] 2011년 11월 10일 (목) 김연동 시인

시조와의 만남은 내 생의 가장 의미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만약 시조를 동반자로 삼지 않았더라면 노년기에 접어드는 지금 나의 일상은 허전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시조와의 늦은 만남을 아쉽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 애써왔다. 그런 내 행동이 그 아쉬움의 절반이나마 채울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수의 사람들은 어떤 형식적 구애를 받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그러나 나는 형식이 엄연한 시조를 변함없이 사랑한다. 형식 속에서 내용의 자유를 얻는 일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들 여기지만, 시조의 형식은 이러한 묘미를 찾기에 넉넉한 그릇이다. 이 그릇이 지닌 묘미가 나를 시조에 천착하게 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한다. 많은 사람들은 형식과 내용의 조화로운 만남을 추구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일이라 여긴다.

 

그럼에도 나는 시조 형식의 유기적인 운용으로 개성적 형식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형식이 지닌 구속성을 넘나들 수 있어야 비로소 자신만의 가락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형식이라는 말 위에 올라타지 못하면 좋은 시조의 창작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형식과 언어를 보다 섬세하게 조탁하는 과정은 나를 수양하는 과정이기도 하였으며, 또 그런 과정 속에서 신선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건져 올리려고 노력해 왔다.

 

좋은 시조를 논의할 때는 절제와 함축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시조 창작에서 형식과 구속을 벗어나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과제가 절제와 함축이다. 시조시인이 형식 속에서 자유를 누리려면 언어의 함축과 절제라는 명제와 싸움을 해야 한다. 나와는 아직도 거리가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또 다른 시조의 중요 덕목 중의 하나는 격조라 할 것이다. 격조가 없는 시조는 품위가 없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이는 장과 장의 구분이 되지 않는 시조, 이미지가 뒤엉켜서 무슨 말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 시조, 음보의 구성이 정형시와 자유시의 얼치기로 탄생한 모호한 작품들을 겨냥한 말이다. 나는 보다 격조 있는 시조를 쓰려고 애쓰고 있다. 가는 길이 그렇게 편안하고 쉬운 길은 아니란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한 편의 격조 있는 작품을 건져 올리기 위해 남은 시간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 

 

유사 이래 가장 잘사는 시기를 맞은 지금, 가난했던 시절 지녔던 나라와 민족에 대한 자괴감을 회복해 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 것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짙어가고 있다. 우리 문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케이팝(K-pop)이 세계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때, 우리의 문화를 확실하게 알리는 길도 더불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세계인 앞에 내세워 승부수를 띄우는 맨 앞자리에 놓아야 할 장르라면 단연 시조일 것이다. 시조는 장황한 것을 싫어하는 현대인의 정서에도 맞다.

 

정서적 감흥은 짧은 시간에 일어나고 전달되기 때문에 짧은 형식의 시조가 제격이다. 시조의 형식 구조는 트위터, 이메일 등으로 전달되기에도 적합하다고 본다. 이러한 여러 가지 시적, 시대적 조건에 부응하는 시조의 장점들을 감안할 때, 지금이 시조를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라 여긴다.

절제된 시어와 함축적 표현으로 민족정서를 참신한 이미지로 끌어 올린 좋은 시조! 이를 즐기는 독자들과 어우러져 흥청거리는 시조의 앞날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http://www.yousim.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46 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