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실성과 친화력의 시인, 허형만 / 김선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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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형만 시인과 나는 목포대신문사에서 편집국장과 편집장의 관계로 처음 만났다. 그 후 약 30여 년이라는 세월 동안 길고도 질긴 인연의 끈을 이어왔다. 지금은 국어국문학과에서 동료 교수로서 함께 시를 가르치고 있다. 따라서 그는 내게 까마득한 선배 시인이자, 선배 교수이며, 직접 배운 적은 없지만 선생님이나 다름없다.또한 나는 목포대신문사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인연으로 허형만 시인의 가족과도 친하다. 인자하고도 똑똑한 사모님은 물론 한의대를 다니고 있는 큰아들 허일현, MBC 아나운서인 둘째아들 허일후와는 삼촌과 조카 사이로 스스럼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그 무렵 초등학생이었던 그들이 벌써 어른이 되어 훌륭하게 성장하였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 하긴 나도 어느새 지천명에 이르렀으니 세월 참 빠르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허형만 시인의 성격은 보기와는 달리 강예하지 않다. 고집이 세서 끝까지 자기주장을 관철하기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타협할 줄 아는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대단한 친화력을 지니고 있다. 너무 인간적인 정이 많아 아무리 사적인 일이나 부탁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달라붙는 끈들로 참 피곤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종종 있다. 그리고 의욕이 차고 넘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타고난 천성에서 기인한 것이니 어찌하랴. 허형만 시인의 최대 장점은 부지런함과 성실성에 있다. 그는 평소 파블로 네루다의 시에 나오는 “사람은 날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라는 경구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시인이다. 이 한마디 속에는 그의 삶과 시적 자세가 다 녹아들어 있다. 여기에서 ‘사람’은 ‘새’로 대체할 수 있는바, 새가 부단한 날갯짓으로 공중의 길을 가듯이 사람도 부지런해야 끝까지 자기의 길을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참으로 그에게 어울리는 좌우명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그는 이 좌우명을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실천하며 살고 있다. 그의 보폭은 넓고 발걸음은 빠르다. 함께 길을 갈 때면 나는 잰걸음을 해야 겨우 그와 보조를 맞출 수가 있다. 언젠가 그가 긴 오버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바람 속을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한 마리 새가 훨훨 날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 그는 내가 보기에 날아다니는 한 마리 새다. 그러고 보니 가끔 학과 교수들이 들르는 노래방에서 그가 자주 불렀던 노래도 송창식의 ‘새’였던 것 같다. 허형만 시인은 또한 시낭송의 달인이다. 특히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하는 점잖은 시낭송보다는 객석에서 갑자기 뛰쳐나오는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큰 육성으로 하는 시낭송에 뛰어나다. 지금은 1980년대가 아니라서 그런 퍼포먼스에 가까운 모습을 본 적이 드물지만, 아무튼 관객을 압도하면서 사자후처럼 토해내는 그의 시낭송은 내가 보기에 한국 제일이다. 허형만 시인의 시는 간결하고 짧다. 난해하고 요설이 많은 시는 절대 사양이다. 이는 그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의 시는 생활에서 나온다. 가족 이야기라거나 교단 주변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같은 주로 사적인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따라서 소박하고 진솔한 삶 자체가 그의 시다. 허형만 시인의 시세계는 크게 초기와 중기 그리고 후기 시로 구획 정리할 수 있다. ① 먼저, 1973년 등단 무렵부터 첫 시집 《청명》이 출간된 1978년까지 발표된 시를 초기 시로 볼 수 있는데, 이때의 시들은 주로 개인적인 순수서정과 전통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 ② ‘목요시’ 동인으로 활동하던 1979년부터 제9시집인 《풀무치는 무기가 없다》를 펴낸 1995년까지를 중기 시로 볼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아 몸통에 해당하는 이 시기의 시들은 소위 ‘진솔한 삶의 역사와 향토적 서정’으로 수렴될 수 있겠다. ③1996년부터 시집 《비 잠시 그친 뒤》 《영혼의 눈》 그리고 최근에 펴낸 《그늘이라는 말》과 앞으로 창작될 시들을 후기 시로 볼 수 있다. 후기 시에 와서 그의 시세계는 중요한 변모를 보여주는데, 시적 포즈나 목소리가 컸던 이전의 시들과는 달리 내면의 깊이와 고요로 자기성찰 및 생명의식을 천착한 것이 그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후기 시의 변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렇듯 허형만 시인은 ① 전통과 순수서정→② 진솔한 삶과 향토서정→③ 자기성찰과 생명의식이라는 시세계의 변모를 통해 남도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중 한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 다시 한 번 돌아보건대, 그는 한 마리 ‘새’처럼 부단한 날갯짓으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시인이다. 이제 고단했던 날개를 위해 무거운 짐을 과감히 덜어내야 할 때가 왔다. 그리하여 그 홀가분함과 고독한 자기응시로 남은 시세계를 완성하여 한국 시단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선배 시인이 되어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
-http://www.yousim.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13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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