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아침의 시 / 강희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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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책 한 권은 한 마지기 논이다 물꼬로 물 흘러 들어가 한 마지기 다 채우고서야 논이 논인 것처럼 내 마음 책장으로 흘러 들어가 쪽쪽 헤집고 머금고 보듬다가 다시 넘쳐 돌아 나오고서야 책이 책인 것을 책은 책꽂이에서는 묵정논이다 마음이 흘러 들어갈 수 없는 딱딱이 의자에 앉아 있는 책, 마음이 흘러 들어가지 않는 책의 글자는 빼뿌쟁이거나 피 묵정논에 솟아오르는 잡풀인 것을 # IT산업의 발달로 전자책이 종이로 된 책의 자리를 점점 잠식하고 있는 21세기를 바라보는 미래 학자들에 의하면 30년 후면 종이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고 예측하고 있답니다. 전자책이든 종이로 된 책이든 읽지 않고 전시용으로 장식된 “책은 책꽂이에서는 묵정논”인 것이지요. “묵정논”이란 농사를 짓지 않고 버려두어 “빼뿌쟁이거나 피”가 마구마구 솟아나 있는 논을 의미한답니다. 책이 일부 사람들의 거실에서 “묵정논”처럼 그냥 전시와 과시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경우도 없지 않아 우리를 슬프게 하지요. 한때, 우리나라에서 한참 부동산 붐이 일었던 시기가 있었지요. 파밭이나 배추밭에 갑자기 아파트나 상가 건물이 들어서고, 8차선 도로가 뚫리고 산업단지가 조성 되었던 시절, 갑자기 졸부가 된 사람들 중 일부는 부와 교양을 드러내려 장식한 것 중 하나가 ‘브리테니커 사전 세트’였답니다. 첫 페이지 한 장도 넘겨본 것 같지 않은 멋진 장정의 두툼한 사전을 거실 한 쪽 벽장에 과시하듯 전시하던 웃지 못 할 코미디와 같은 시절도 있었지요. 그래요. “책은 책꽂이에서는 묵정논”이나 마찬가지랍니다. “마음이 흘러 들어갈 수 없는 딱딱이 의자에/앉아 있는 책,/마음이 흘러 들어가지 않는 책의 글자는/빼뿌쟁이거나 피/묵정논에 솟아오르는 잡풀인 것”이지요. “책 한 권은 한 마지기 논이다/물꼬로 물 흘러 들어가 한 마지기 다 채우고서야/논이 논인 것처럼/내 마음 책장으로 흘러 들어가 쪽쪽 헤집고/머금고 보듬다가 다시 넘쳐 돌아 나오고서야/책이 책인 것을”알던 가난한 학생들은 청계천에서 동대문에 이르는 헌 책방을 한 집 한 집 순례하며 원하는 책을 발견하면, 한달치 차비도 아낌없이 투자하기도 했어요. 헌 책이지만 원하던 책을 산 기쁨에 몇 시간씩을 걸어서 돌아가도 피곤한 줄 몰랐답니다. 책의 첫 페이지 위에 자랑스레 자신의 이름을 올린 다음, 책의 냄새를 코로 깊숙이 들이마셔 보기도 하고, 밤을 새워 책을 읽고 또 읽었던 시절이 있었지요. 어떠세요, 지금이라도 책방에 들러 책 사이를 순례하면서 책이 내미는 손을 잡고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
-'문화저널 21'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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