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김승희
매화는 힘이 세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저 얼음덩어리 빙하의 땅 밑에는
곰이 겨울잠을 자고
죽은 유리디체를 찿아 오르페우스가 간 길이
구뷔구뷔 있을 것이다,
겨울잠을 자는 곰보다도 못한 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부스럭댄다,
그 인간보다도 못한 것이 저승의 악사다
빙하를 뚫고 저승으로 길 떠난 오르페우스다
죽음을 우는, 죽음을 살리려는 오르페우스다
살리지 못하였다
유리디체는 이미 죽었고 다시한번 또 죽었다
강물이 풀리면
그 물 위로 오르페우스의 머리와 수금이 둥둥 떠내려 간다
그 혼이 피기 전에 매화가 핀다
매화는 힘이 세다
# “부귀는 뜬 연기와 같고 명예는 나는 파리와 같다”라고 말씀하신 퇴계 이황 선생님께서 후학을 길러내시던 도산서원 앞마당에 퇴계 선생님께 평생 사랑을 받았다는 “매화”를 바라볼 때 어떤 “힘”이 느껴지더군요.
전남 순천 시 승주 읍 죽학리 조계산 동쪽 기슭에 있는 선암사(仙巖寺)에는 2007년 11월 26일 천년기념물 제 488호로 지정된 나무가 있답니다. 600여년 된 선암매(仙巖梅)의 위용을 본 날, 그 매화가 제 마음 속으로 걸어 들어와선 꿈속에서도 말을 걸어와 또 한번 “매화는 힘이 세다”는 걸 느꼈지요.
“겨울잠을 자는 곰보다도 못한 것이/인간이다./인간은 부스럭댄다,/그 인간보다도 못한 것이 저승의 악사다/빙하를 뚫고 저승으로 길 떠난 오르페우스다/죽음을 우는, 죽음을 살리려는 오르페우스다/살리지 못하였다/유리디체는 이미 죽었고 다시한번 또 죽었다/강물이 풀리면/그 물 위로 오르페우스의 머리와 수금이 둥둥 떠내려 간다/그 혼이 피기 전에 매화가 핀다”네요. 선비들이 사랑한 사군자(四君子) 속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매화”가 눈뜨는 시절입니다. 어떠세요. “힘 센 매화” 한그루 내 마음의 뜨락에 들여놓고 싶지 않으세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 교수dsseo @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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