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건망증 - 강경호

문근영 2013. 12. 29. 16:28

건망증

 

강경호

 

 

바람이 불자 상수리나무가

아나 먹어라

툭, 상수리 몇 개를 떨어뜨리자

다람쥐 한 마리

한참 동안 맛있게 식사하고

몇 개를 입에 물고 언덕 위로 올라가더니

나뭇잎 속에 재빨리 숨긴다

눈이 내린 날

먹을 것이 궁한 다람쥐

언덕 위 눈발을 뒤지다 그만둔다

저토록 앙증맞은 것이

숨겨놓은 식량을 찾지 못하다니

쯧쯧, 어린것이 벌써 건망증이라니,

사람인 나도

나이 들수록 기억력이 없어지는데,

책을 읽다가 책장을 넘기면

앞장이 생각나지 않고

아내는 벌써 솥을 몇 번이나 태워먹고

팔순의 어머니는 손에 들고도 찾으신다

사람의 건망증은

사람 구실을 못하게 하는데

다람쥐의 건망증은

언덕을 푸르게 한다

출처 : 대구 문학 - 시야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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