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강경호
바람이 불자 상수리나무가
아나 먹어라
툭, 상수리 몇 개를 떨어뜨리자
다람쥐 한 마리
한참 동안 맛있게 식사하고
몇 개를 입에 물고 언덕 위로 올라가더니
나뭇잎 속에 재빨리 숨긴다
눈이 내린 날
먹을 것이 궁한 다람쥐
언덕 위 눈발을 뒤지다 그만둔다
저토록 앙증맞은 것이
숨겨놓은 식량을 찾지 못하다니
쯧쯧, 어린것이 벌써 건망증이라니,
사람인 나도
나이 들수록 기억력이 없어지는데,
책을 읽다가 책장을 넘기면
앞장이 생각나지 않고
아내는 벌써 솥을 몇 번이나 태워먹고
팔순의 어머니는 손에 들고도 찾으신다
사람의 건망증은
사람 구실을 못하게 하는데
다람쥐의 건망증은
언덕을 푸르게 한다
출처 : 대구 문학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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