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개어진 의자
김소연
앉을래?
의자가 의자에게 말했다
서성일래,
의자가 대답한다
나무들이 서 있길래
눕혀주려고 폭풍이 들이닥쳤다
우리는 누운 나무를 보며
재앙을 점쳤다
잠든 사람의 조금 벌어진 입술이
기어코 천진해질 시간에
계절이 바뀔 때에만
잠깐씩 입을 벌리고 나무는 새에게
가지를 내어준다
의자 하나가 그 곁에 있고
나무의 그림자에서 의자가 쉬고 있다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의자에 앉는다
아주 잠깐 고달픔을 잊은 채
찻집 창가에 앉아 있는 여자애에게
기어코 한 남자가 다가오듯이
의자가 되면 의자에 앉을 수 없게 된다
사람이 되면 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된다
의자가 의자에 앉아 본분을 잊는 시간
우리는 재앙을 점치지만
사랑은 익어 열매처럼 떨어진다
입을 약간 벌린 채로
—《현대시》2012년 3월호
출처 : 대구 문학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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