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자 시집「그때 그 저녁」2012년(月刊文學 시인선-219)
내면에 새겨진 그리움의 무늬들
마경덕 (시인)
저녁이란 말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집, 어머니, 저녁연기, 밥 냄새, 굴뚝, 어스름, 땅거미, 노을, 그림자, 골목, 이불, 아랫목…, 이것들은 모두 하나로 묶여 기억을 당기면 줄줄이 딸려온다. 시인의 저녁은 어릴 적의 저녁이고 그 저녁은 여전히 시골집을 배경으로 서성거린다. 경험이나 인식을 보여주는 심층적 발화(發話)는 대부분 그곳에서 시작된다. 해가 지고 어스름이 몰려오고 어김없이 제 자리로 돌아오는 저녁풍경, 땅거미가 내려앉는 시인의 저녁 속에는 냉갈냄새 나는 쓸쓸한 비감悲感이 묻어있다. 심정자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그때 그 저녁」은 근원적 기억을 구체적 형상으로 차분히 기록하고 삶의 진정성에 초점을 맞춘 시편들이 주조를 이룬다. 군불을 지핀 아랫목처럼 따뜻하고 때로는 이끼 낀 우물처럼 서늘한 시편들, 시인은 ‘어스름’이라는 오브제를 통하여 기억과 현실을 넘나든다. 과거에 침식되지 않고 기억을 재구성하는 힘이 시의 뼈대를 이루며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그 파동을 따라가면 시의 발화지점이 보이고 장삼이사 같은 이웃과 어느새 저물어버린 그녀가 서있다. 모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시적 음역音域을 보여주며 긴장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억의 심층 속에 살고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선 긴 여정, 흘러간 경험과 회상回想의 원질原質을 사용해 그녀는 내부에 잠재한 오래된 풍경을 진열하고 시적 형상성을 획득한다. 저 너머의 세계를 꿈꾸며 연민의 손길로 어루만지듯 상처를 치유하며 홀로 걸어온 길, 결코 평탄한 길은 아니었다. 아들의 결혼식을 앞에 두고 급성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바로 문학이었고 억압된 슬픔은 詩로 흘러나왔다. 대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띤 시편들, 시인의 추억은 아직도 따뜻하다.
하지 앞둔 유월 감자밭
감자꽃 흐드러졌습니다
뻐꾸기 소리 간간이
앞산을 넘어와 소쿠리에 담기고
벌 나비는 철없이 가슴을 누비고 다닙니다
한낮 햇살은 은빛인데
그대는 멀리 아득해서,
그리움에 가슴 벌어지는 한낮
감자알 크는 태동에
밭두렁 쩍쩍 갈라지고,
내 마음의 묵정밭
두둑 깊이 묻었던 기억도
호미 끝에 딸려 나옵니다
― 「감자꽃은 피고」전문
눈부시고 숨이 막히는 고요 속에 흐드러진 감자밭 풍경이 펼쳐진다. 그 고요를 깨뜨리는 것은 앞산을 건너온 뻐꾸기소리다. 이 시법詩法은 고요 속에 벌어지는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억제하며 은밀하고 차분하게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다. 새소리가 소쿠리에 담기는 계절, 밭두렁 쩍쩍 갈라지듯 그리움에 가슴이 벌어지고 두둑 깊이 묻었던 기억이 호미 끝에 딸려 나와도 시인은 끝까지 눈물을 숨기지만 감자밭의 구체적 풍경으로 화자의 내면적 정서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뻐꾸기의 울음’은 화자의 울고 싶은 심경이 아닌가. 쩍쩍 벌어지는 ‘밭두렁'은 더는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을 상징한다. 외로움의 격정激情은 불모의 땅에서도 살아남아 뿌리를 내리고 묵정밭 같은 모진 메마름을 견디면서 화자는 흘러간 상처와 맞서느라 삶의 에너지를 소진한다. 그러나 그 슬픔의 힘으로 시의 바닥으로 내려가 깊은 시편들을 길어 올린다. 무너질 것 같은 현실 앞에서도 그녀가 주목한 삶의 형상은 잘 여문 감자알처럼 건강하다.
그때쯤,
“밥 먹어라”
부르던 엄마 목소리
어스름에 나를 업고 둥실둥실 집을 향하던 할아버지
해지는 줄 모르고 뛰어놀 때, 들리던
“밥 먹어라”
부를 때마다 환해지던 그 골목
따뜻한 등에 업혀 철모르던 그 시절을 지나
산 너머에서 신작로 끝에서
아득히 먼 곳에서
소리 없이 설렘과 그리움을 실어오던
불러보면 저녁연기처럼 그을음 냄새가 나는
어스름
이제 먼 길을 걸어와 저물어가는 나이
그래도 가만히 불러보면 여전히
그 모습으로 달려오는,
그때 그 저녁
― 「그 어스름」전문
혈육의 기원은 사랑에서 발아한다.「그 어스름」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혈육의 따뜻한 정이다. 기억이라는 감각을 통해 흘러간 시간을 불러오고 화자는 그 시점으로 돌아간다. 시인은 이야기가 곁들여진 서사적 정황들로 대상에 다가간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시인이 성찰해낸 대상에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추억’과‘ 그리움’등이 주조를 이룬다. 심정자는 대상과의 거리를 좁혀가며 시적 리듬으로 언어의 질감을 직조한다. 목마름의 실체가 초점이 되는 순간, 그의 시편들은 활기를 찾는다. 내면에 존재하는 그리움을 찾아가는 여정은 시인의 시선에 포획된 시간의 흔적들과 내면에 새겨진 무늬들로 촘촘하게 짜여있다.
서포리 메꽃 군락지
기대어 설 언덕이 없어, 바람막이가 없어
일제히 모래밭에 엎드려 피어난 꽃
파도소리에 귀를 적시며
모래톱을 붙잡고 뻗어가는 손끝은
뭍을 향한 간절한 몸짓이다
고단한 삶 무릎 꿇고 엎드려
몸 낮추고 마음 낮추고
지아비와 자식 수발을 들던 어머니
서포리에 가서
허리 펼 날 없는 여인을 보았다
― 「메꽃, 어머니」전문
「메꽃, 어머니」가 우리에게 정서적 울림을 주는 것은 그녀가 아름다운 서정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전편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각도, 여러 겹 삶의 표정들이 서정과 어우러져 ‘울림’을 구성한다. 화자를 둘러싼 결별하지 못한 아픔은 바깥세계의 外物이면서 서로 교감하는 내면적 상관물이다. 메꽃은 음지를 제외한 어느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꽃은 엷은 홍색으로 깔때기 모양의 나팔꽃과 서로 닮았다. 시인은 뜨거운 모래밭을 기어가는 메꽃에서 허리 펼 날 없던 어머니를 보았다. 사물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에서 우리는 시인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읽을 수 있다. 애타는 그리움이 자기 위안에 머무르지 않고 역동적인 힘을 파생한다. 그것은 시인의 작법作法이 서정의 전통성을 담보로 주축을 이루었지만 지나친 감상에 빠지지 않고 언어의 절제라는 적정선을 고르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 밖으로 처음 나온 새싹
맨 먼저 만난 것이 무엇이었을까
햇살이나 바람 혹은 빗방울이었을까
내가 새순이었던 때,
우물가에서 어머니는 어린 딸 얼굴을 닦아주고
나는 고사리 손으로 손사래치며 울었다
햇살이 쏟아져 눈이 부시던 우물가 첫 기억,
어제 같이 생생한데
세월은 자꾸 쌓이고 그 시간을 밟고 높이 올라왔다
그리운 첫 기억을 머리에 이고
지금은 기름기 빠진 늙은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과
힘 잃은 무릎을 닦는다
내가 싹 트고 먹고 자란 소중한 출발점
이제는 다 내어주고 빈 몸이 된
빈집과 같이 휑한 어머니의 몸을 닦는다
― 「빈집」전문
어떤 대상과 접촉했을 때 내적감정이 일으키는 심리적 에너지는 강한 폭발력을 지닌다. 그 정서의 힘으로 독자들은 쉽게 감동을 일으킨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主知詩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서정시가 독자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요인은 바로 그 때문이다. 서정성이 짙은 「빈집」에는 내적 에너지가 충일充溢되어 있다. 우물가에 앉았던 젊은 어머니는 기름기가 다 빠져나가고 휑한 빈집이다. 엊그제 같은 생생한 기억은 이제 빈집이라는 현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무력해진다. 어쩔 수 없는 그 절망감이 내적 감정에서 출발하고 연민이라는 에너지를 일으켜 모성성과 이어지며 대상과 주체의 내적감성을 합일시킨다.「어머니의 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척추 수술 후 기능을 잃어버린 몸
아슬아슬 긴 터널을 지나서야 청진기 타고 꼼지락 꼼지락
멎었던 소장 대장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자식 마중 나오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노모에게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늙은 딸 뭐 볼 것 있다고"
“야야 늙었단 말 하지마라"
“나이 든 딸 뭐 볼 것 있다고"
“나이 들었단 말도 하지마라 내 눈에는 꽃송이다"
절벽 같은 계단을 구르며
안팎으로 어긋난 몸이 되었어도
다 늙은 자식 꽃송이라는 어머니
조용히 입을 다문다
나는 늘 어머니의 꽃이다
― 「어머니의 꽃」전문
「어머니의 꽃」은 사실적인 대화 형식을 삽입해서 쉽게 가슴에 스민다. 자식을 마중 나오다가 계단에서 구른 어머니. 아직도 다 큰 자식이 아이처럼 보인다. 늙어가는 딸도 어머니의 눈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꽃이다. 시인이 걸어온 궤적을 따라가면 정갈한 그리움이 있고 그 중심의 원천에는 어머니가 있다. 잔잔한 어조로 보여주는 모성의 힘은 시의 혈관을 따라 퍼져나가고 끝내 시적 감동에 이르게 한다.
들숨도 날숨도 쉴 수 없을 때에야
알게 되었다
수술을 끝낸 회복실
이제까지의 숨쉬기는
모두 공짜였다
지천에 널려
대수롭게 여긴 공기
고맙게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었다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
고통스러운 숨쉬기
마취에서 깨어날 때 몸이 말해주었다
감사할 줄 모르고 함부로 내뱉은 말들
온몸이 몸부림으로 일러주었다
― 「공짜」전문
화자는 유년의 시간을 훌쩍 넘어와 어느덧 어머니의 나이가 되었다. 시간의 흐름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나이가 된 것이다. 흔하다고 하찮게 여겼던 공기 한 줌이 알고 보니 목숨이다. 공짜라고 믿고 값으로 치지 않았던 것이 뜻밖에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그 지경에 까지 닿아서 비로소 깨닫는 것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인생론적 성찰이 담긴「공짜」는 그녀가 삶의 형식을 깊이 있게 다룬 생의 비의秘義를 담은 작품이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 위에 놓여있고 아무도 시간을 피할 수 없다. 서서히 닳아 무너지고 시들겠지만 살고자 하는 생의 집착은 인간의 본능이기에 온몸으로 몸부림치며 다시 깨어나는 것이다.
가속하며 액셀을 밟았다
폐렴 앓아도 모르고 지나가고
나중에야 그 지독한 흉터로 알아낸
수없는 세월
돌아보면 허둥대며 달려온 흔적 뿐,
최선을 다한다는 허울로
과속으로 달려왔다
분수 넘치게 탐내거나 누리려 했다
욕심도 욕망도 잠시 늦추어 놓고
아침에 눈 떠보면 감사할 일 뿐
조금만 둘러보면 세상이 여유롭다
사는 것이란 빈틈없이 정성을 쏟는 일
작은 안경도 두 손으로 받들어야한다
쓰고 벗는 일에 정성을 앞세워야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법
여기저기 자연이 그려대는 연둣빛
춘, 삼월 경계가 황홀하다
― 「경계(境界)」전문
시인은 표현할 수 없는 것까지 언어로 표현해야 하고 오브제라는 인식에너지를 통해 시적 고민의 치열성을 드러내야 한다. 시인의 직관으로 저마다 다른 질량의 언어를 선별해서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상상력을 조합한다. 작은 안경도 두 손으로 받들 듯 글을 쓰고 벗는 일에 정성을 앞세워야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법, 속도도 이와 같아서 제 걸음에 맞추어야 한다. 계절도 경계가 분명해서 차례가 있고 사계절에 맞는 속도가 있다. 하물며 삶의 속도를 말해 무엇하랴. 과속인지도 모르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던 분수 넘치는 삶은 최선이라는 허울로 감추어졌다. 나중에야 그 흉터로 알아보고 돌아보면 허둥대며 달려온 흔적뿐이다.‘젊음’과 ‘늙음의 경계’는 완연해서 건너 갈 수 없는 거리에 있다. 우리는 늙음의 경계를 넘어와 뒤늦게 지독한 흉터를 발견하게 된다.「경계(境界)」역시 생의 ‘깨달음’이 담겨있다. 생의 비의秘義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다.
무지외반증을 수술 받았다
평생 기능성 신발을 신어야 한다
그 많은 길
여자는 엉덩이, 남자는 어깨로 걷는다는데
자고 나면 변해가는 걸음걸이
발가락뼈가 휘어지도록
세월을 과용했다
물이나 사람은 무취가 좋다는데
이왕이면 예의를 갖춘 걸음걸이가 좋은데
점점 변해 가는 걸음걸이
낯선 걸음이 타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정하게 맞이해야 한다
죽음도 서서히 품어야하는 나이
옛길이 나를 따라온다
행방불명된 조신한 걸음걸이 가만 더듬어 본다
―「마사이 걸음」전문
척추 질환을 앓는 사람이 없다는 케냐 마사이족, 성큼성큼 빠르게 걷는 걸음걸이를 연구해 개발한 워킹용 신발까지 나왔다. 제2의 심장이라는 발, 심장에서 보낸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올려 보내는 발은 단순히 육체를 지탱하는 역할과 보행의 기능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오장육부(五腸六腑)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발바닥에는 많은 경혈이 모여 있어 흔히 ‘몸의 축소판’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걸음걸이에 따라 건강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하이힐 등 신발코가 좁은 신발을 오래 신다보면 걸리기 쉽다는 무지외반증, 일명 버선발 기형’이라고도 불리는데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어 뼈가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인간은 태어나 죽기까지 평균 25만㎞이상을 걷는데 이는 지구를 네 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거리라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대의 걸작이며, 최대의 예술품’이라고 극찬했다는 발, 발바닥의 근육은 스프링 역할로 충격을 흡수하고 힘줄과 신경이 움직이면서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그 충격을 감당하는 발은 신의 위대한 걸작품이다. 가장 굵고 강한 근육은 발에 있지만 동물과 달리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발에 걸리는 무게는 두 배가 되어 허리에 탈이 잘 난다고 한다. ‘무지외반증’을 수술 받고 평생 기능성 신발을 신어야 하는 화자는 발가락뼈가 휘어지도록 세월을 과용했다고 고백한다. 예의를 갖춘 걸음걸이는 사라지고 점점 변해 가는 낯선 걸음이 타인처럼 보인다고 한다. 어느덧 죽음도 서서히 품어야하는 나이, 세월의 흐름은 마음과 체형까지도 변형시킨다. 생의 에너지를 뜨겁게 피워 올리던 젊음은 시나브로 사위어가고 신체의 변형으로 마음의 온기마저 식어가지만 화자는 이제 자신에게 맞는 보폭을 알아낸 것이다. 그것은 마음의 보폭이기도 하다. 과속을 했던 지난날은 걸음이 맞지 않는 타인의 보폭이었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이렇듯 생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간다. 누구에게나 아침이 주어지고 24시간이라는 하루가 배당된다. 정해진 시간 저녁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할 것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는 각자의 몫이다. 이제 서서히 어스름이 내려앉는 시간, 화자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며 순간들이다. 이제 생의 비밀을 알아버린 나이, 함부로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어물거리다간 어둠이 밀려올 것이다. 어쩌면 생의 보폭이 가장 빨라야 할 때 우리는 가장 느린 걸음으로 걸어야 하는 것이다. 심정자 시인은 빛나고 아름다운 저녁을 맞이하기 위해 알맞은 보폭으로 시를 쓴다. ‘그때 그 저녁’은 여전히 가슴에 살아있다. 기억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기록되지만은 않는다. 기억하는 것은 기록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얽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운 순간은 시공時空을 넘어 소멸되지 않고 살아있을 것이다. 세상은 부딪치고 충돌하며 살아가는 격전지, 그 과정에서 상처를 얻게 되고 그 상처를 다독이며 버텨야한다. 아름다운 시절이 남아있다면 그 추억을 반추하는 힘으로 다시 일어서리라.
심정자 시인에겐 ‘아껴두고 싶은 저녁’이 있어, 오래 바라보고 싶어진다. 시인이 지닌 시간의 무늬 속에는 쓸쓸함과 그을음이 묻어나는 그리운 저녁이 있다. ‘깨달음’과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무르익은 시편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시인의 결과물이다.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때 그 저녁」, ‘저녁’이라는 말, 오래도록 입안에서 굴리고 싶어진다.
심정자 시인
문화예술교류진흥회 문학상 수상
한울문학 작가상 수상
시집 <시인의 수레> <그리움의 무늬> <그때 그 저녁 >
-출처 : 마경덕 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gulsame/40009894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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