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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 아침의 시 / 박현령 - 나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문근영 2013. 12. 29. 16:28

이 아침의 시 / 박현령

 

 

 

 

나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밤마다 내 귀엔
소리가 들린다
 
젊음이 지나가는 소리
공평하게
참으로 한 사람도 빼지 않고
공평하게
세월이 지나가는 소리
젊음을 엎고
세월에 등 떠밀려
서서히
변함없이 지나가는
세월의 소리
나는 그냥 듣지 않고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그래서인지
밤마다 내 귀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중략)/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가수 백설희 씨의 목소리가 벗꽃 이파리 속으로 스미는 봄날이 가고 있군요. 올 봄 벗꽃은 내년 그 벗꽃 아니겠지요. 그 벗꽃 열 번이면 10년 세월이 훌쩍 지나는군요.
 
성차별도 없으며, 빈부의 격차도 없이 “참으로 한 사람도 빼지 않고/공평하게” 주어지는 것, 바로 “시간”이지요. 우리는 매일 86400초의 시간을 선물처럼 부여 받고 있지만 시간은 생색도 내지 않고 어떤 조건도 달지 않아요.
 
시간과 관련된 이야기로 단테(Dante Degli Alighieri, 1265-1321)는 ‘오늘이라는 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에디슨(Edison Alva Thomas 1847-1931)은 ‘변명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어서”라는 변명"이라며, 호라티우스(Horatius Flaccus, Quintus, B.C. 65-B.C. 8)는 ‘그대의 하루하루를 그대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라’라고 전언하는 군요.    
 
"변함없이 지나가는/세월의 소리"는 해가 떴다 지고, 달이 찼다 기울며 계절이 바뀌는 ‘자연의 주기’에 의해 만들어져 현재 지구인들이 사용하는 ‘세계협정시(UTC: Coordinated Universal Time)'에 의한 시간의 개념이지요. 그러나 강렬하고도 감동적이며 의미가 있었던 시간은 “절대적 시간”이 되어 아주 길고도 깊고 생생하게 기억 되지 않나요? 우리에게 똑 같이 주어진 ‘세계협정시’를 자신만의 “절대적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하루는 86400초가 아니라 영원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 우리 인간이랍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 교수 dsseo@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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