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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획특집] 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 정신적 갈증 해소해주는 위로이기를 / 김후란

문근영 2013. 11. 12. 07:30

 

 

정신적 갈증 해소해주는 위로이기를 / 김후란
[기획특집] 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57호] 2013년 01월 03일 (목) 김후란 시인

예술원 시인 8인에게 듣는 나의 시론

시란 무엇인가, 시인은 왜 밤을 새워 시를 쓰는가. 모든 시인 앞에 던져진 이 질문은 애초부터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어쩌면 시인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를 쓰는지도 모른다. 문득 시 앞에서 막막해지면 원로들은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을까 궁금해진다. 평생 시와 함께 살아온 예술원 회원 시인들에게 그 궁금증을 설문으로 물어보았다. 당신은 왜 시를 쓰느냐고, 언제 시를 쓰느냐고, 그렇게 쓴 시들 중에 가장 아끼는 작품은 어떤 것이냐고. 원로 시인들은 이런 대답을 보내왔다.

 

시는 왜 쓰는가

 

나는 시가 좋다. 읽는 것도 좋고 쓰는 것도 좋다. 본능적인 자족감(自足感)이라 할까. 문학적 감성이 나의 인생에 채색과 향기를 얹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마치 어머니의 품같이 피부로 눈으로 무한한 생명력과 영험으로 기대게 하였다.
나의 시세계는 자연의 신비와 위대함에 압도되면서 자연과의 일체감을 경외롭게 받아들이는 한편, 인간이 처한 조건의 모든 것에서 생명감을 느끼고 의미 부여를 하면서 삶의 동력을 느꼈다.

 

그 시세계의 원천은 평화와 사랑에 근거하고 있다. 일회성의 삶은 그만큼 소중하기에 인간 누구나 맑은 물길처럼 모든 걸 푸근히 안고 흘러가야 한다는 진실일로(眞實一路)의 철학성과 맥을 같이한다.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인생과 인간관계를 폭넓게 이해하게 되고 정신적 갈증을 해소해 간다. 내 시를 읽는 누군가에게도 그런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시를 생각하고 시를 쓴다.

 


시는 언제 쓰는가

 

시를 쓰고 싶은 본능은 항상 가슴속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러나 쓰고 싶을 때 쓴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 될 것이다.
차에 흔들려 가면서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는 동안에 나도 모르게 시의 한 구절이 머릿속을 자극할 때가 있다. 신문이나 TV 영상을 보고 있다가도 문득 시가 쓰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나는 메모를 한다. 시가 나를 찾아온 순간이다.
 발레리가 “시의 첫 구절은 신의 선물이다. 그다음은 자신의 힘으로 개척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던 말에 공감하고 있다.

 

나는 항상 메모할 종이와 펜을 가지고 다닌다. 책상 위뿐 아니라 잠자는 침대 머리맡에도 메모장과 펜이 놓여 있다. 그렇다고 해서 노상 시만 생각하고 사는 건 아니다. 어느 때 불쑥 찾아와 주는 시의 한 구절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심의 잠재 행위일 뿐이다.
그리고 가슴 속에서 또는 머릿속에서 무르익은 한 편의 시를 쓰는 몰입의 시간을 갖는다. 한번 써 놓고 나서 여러 번 고치고 다듬고 가지치기를 하는 동안에 처음 의도와는 다른 작품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시의 완성도를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야말로 내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작품에 대한 나의 예의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아끼는 나의 시 10편

 

● 〈가족〉
● 〈존재의 빛〉
● 〈빈 의자〉 연작시
● 〈종소리〉
● 〈생선요리〉
● 〈섬진강 갈대밭〉
● 〈우리글 한글〉
● 〈겨울나무〉
● 〈눈의 나라〉
● 〈소망〉

 

 

- 대표시


가족


거치른 밤
매운 바람의 지문이
유리창에 가득하다
오늘도 세상의 알프스산에서
얼음꽃을 먹고
무너진 돌담길 고쳐 쌓으며
힘겨웠던 사람들
그러나 돌아갈 곳이 있다
비탈길에 작은 풀꽃이
줄지어 피어 있다
멀리서
가까이서
돌아올 가족의 발자국 소리가
피아니시모로 울릴 때
집안에 감도는 훈기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김후란
hurankim@hanmail.net / 1934년 서울생. 196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장도와 장미》 《어떤 파도》 《우수의 바람》 《서울의 새벽》 《따뜻한 가족》 《새벽 창을 열다》 등 11권. 현대문학상, 월탄문학상, 한국문학상, 펜문학상, 님시인상 등 수상. 현재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서울 이사장, 한국문학관협회 회장, 예술원 회원.

 

 

-http://www.yousim.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09 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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