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박지웅
바늘의 눈물
아픈 아내가 실과 바늘을 내민다
나는 시를 멈추고 아내의 손가락에 시를 쓴다
수굿한 몸에 꿰인 내 날카로운 글씨들
한 자 한 자 쓸어내려 손끝에 모은다
손가락에 실을 감으며 아내의 속을 읽는다
무명베 한 필 같은 사람, 그대에게서 실을 자으며
실과 바늘의 언약을 생각하느니
우리 한 번도 떨어져 산 날 없으나
집 밖에 앉아 풀벌레처럼 울던 쓸쓸한 밤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외로울 때
아내는 바늘과 실을 내민다
우리 가난한 창밖에 눈시울 뜨거운 꽃이 피고
그 손끝에 바늘의 눈물이 맺히는 것이었다
# "아프다"라는 표현이 내포한 다양한 증상에 대해서 이해 할 수 있다면 사랑하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데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어머니에게 배웠다. 아직 감정이나 신체적 증상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어린 시절, "아프다"는 말은 어머니에게 나를 사랑해 달라는 다른 표현 이었다. 시무룩하게 어머니에게 다가가 "아파"라고 말하면 어머니께선 먼저 머리에 손을 얹어 보셨다. 그리곤 품 안에 안고 천천히 배를 쓰다듬어 주시곤 했다. 커다란 어머니의 손으로 배꼽 주변을 쓰다듬어 주시면 몸이 따스해지면서 스르르 잠이 들어 한잠 푸욱 자고 나면 어디가 아팠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어머니의 민간처방 도구 중에는 커다란 바늘과 무명실도 빼놓을 수 없었다. 갑자기 체하거나 뱃속이 더부룩하면 어머니는 커다란 바늘과 실을 준비 하시곤 등을 한참 쓸어 내리셨다. 그다음 한쪽 어깨에서 팔로 팔에서 손으로 쓸어 내리셨다. 그리곤 엄지의 관절부분을 흰 무명실로 동여 매셨다. 커다란 바늘을 촛불에 달군 다음 어머니의 콧김을 바르시곤 엄지손톱 아래를 따주시면 "뜨거운 꽃"같은 피가 한 방울 솟아나고 조금 후엔 신기하게도 뱃속이 편해지곤 했다.
아픈 마음도 몸도 모두 "읽어" 주셨던 어머니 안 계신 세상에서 이제 내가 어머니의 약손으로 가족을 "읽어"야 하는 데, "집 밖에 앉아 풀벌레처럼 울던 쓸쓸한 밤들"로 간절하게 어머니가 생각나는 밤 투정 부리듯 가난한 사랑에게 바늘과 무명실을 내밀어 보고 싶다.
"아프다"며...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교수 dsseo@shingu.ac.kr)
- '문화저널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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