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갈증 / 유안진 | ||||
| [기획특집]·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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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시를 쓰는가
껍질을 다 까버려도 뭔가가 있을 듯해서. 그 뭔가가 나를 나로 증명해주는 황홀과 희열을 안겨줄 듯해서, 나는 양파가 아니니까, 아니 양파 같다 해도 해봤으므로 후회는 없을 듯.
즐겨 성경을 읽었다. 성경 속 무수한 인물들이 그 무엇을 찾아 방황한다. 구약시대는 물론 신약시대로 와서도 가족과 생업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다닌 제자들과, 그이를 본 적도 없는 이들조차 그러했다. 이들은 목숨을 바쳐도, 일생을 송두리째 바쳐도 아깝기는커녕 오히려 황홀했고 희열로 순교했다. 역사상 많은 이들도 뭔가를 찾아 목숨 거는 생애를 살았다. 나도 그러고 싶을 뿐인데…… . 어쩌면 맹목적으로 시를 붙잡고 살아온 50년이 비슷한 이유였을 거라면, 오만의 극치겠지만……. 그러나 내게는 시 쓰기가 자발적 낭비 또는 거룩한(?) 낭비 비슷하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갈증 아닐까? 그래설까? 내게서 불행은 원하는 시를 못 쓰는 것이고, 죽음은 더 이상 시를 못 쓰게 되는 것 아닐까. 왜 늘 불행한가?바로 시 때문 아닐까?!
언제 시를 쓰는가
밤에 우는 두견새 소쩍새 등의 야행성 유전자 때문에 동회에서 준 푸르딩딩한 플라스틱 카드를 매만지게 될 때마다 파이어아벤트(Paul Fyerabend)가 《시간 죽이기》에서 말한바, “모든 예술은 왼손에서 나온다”는 말이 떠오른다. 제대로 써야지, 자신을 만족시킬 만하게 써야지 하게 되지만, 말이 이렇지 써져야 말이지. 그럼에도. 사회가 공인하는 덤이다. 지하철을 타도 안타는 게 된다는 등등의 온갖 일로, 무존재감이나 왼손 의식 등으로 모욕감에 슬퍼지고 화나고 한심스러워지는 등등의 때, 아직 살아 존재한다고 증명하고 싶게 하는지 몰라.
가장 나다워지고 싶어질 때, 이게 아닌데 이런 게 아닌데……로 가슴 치고 싶어지는 때, 그러다가 벼락치는 섬광이 골을 치고 달아날 때. 가슴속 마그마가 솟구쳐 오를 때, 이게 바로 나야! 하게 될 때……, 그러나 쓰고 보면 늘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속아주고 싶다.
밤하늘에서 떨어졌고, 돌아갈 곳도 밤하늘일 듯한 나는, 소쩍새 두견새 부엉이 올빼미 박쥐 고양이 호랑이……등 야행성 유전자를 타고나서, 잠으로 밤을 낭비하는 게 억울하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초롱초롱한 평생이니까.
● 〈다보탑을 줍다〉
대표시
다보탑을 줍다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을 주웠다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정신 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유안진 |
- http://www.yousim.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14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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