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깨비 방망이를 찾아서 / 이근배 | ||||
| [기획특집]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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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왜 쓰는가
내가 모르는 덫 도대체 우주 밖 어느 별의 자장이, 이 지구라는 작은 땅덩이의 어느 산 어느 물의 아지랑이가, 그리고 내게 살과 뼈가 오기까지 우리 집 족보와 외가 쪽의 맨 꼭대기에서부터 어떤 DNA들이 섞이고 뒤바뀌고 새로 만들어지면서 ‘나’라는 몸뚱이를 만들어낸 것인가. 이 수수께끼를 풀지 않고는 어디서, 어떻게, 왜, 내가 입에 풀칠하는 수단으로 시인 간판을 내걸고 짝퉁 시를 팔아먹고 있는지를 알 길이 없다.
한두 해도 아니고 50년 넘게 좌판을 벌여왔고, 한두 살도 아니고 일흔을 훌쩍 뛰어넘어선 나이에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왜 하는지를 모른다면 이건 부끄러워도 한참 부끄러운 일이다. 좀 더 솔직하자면 나는 시를 알지 못한다. 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쓰는 것인지를 알지 못하는데 어찌 내가 시를 쓰는 까닭을 알 수 있겠는가. 뒤집어서 말한다면 시라는 도깨비를 나는 본 일도 없고 씨름해 본 일도 없기에 그 방망이를 찾기 위해 어둡고 깊은 골짜기를 헤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뿐이겠는가. 모든 창조의 세계는 내가 태어나기 오래전부터 내게 씌워진 불가항력의 덫에 걸려 매뉴얼도 없고 로드맵도 없고 완성도 없는 것, 지금 쥐고 있는 붓이 도깨비방망이라고 착각하고 나는 뻔뻔스럽게 흔들고 있는 것이다.
시를 언제 쓰는가 붓방아를 찧는다고 했다. 대동강 가의 연관정(鍊光亭)에서 고려 시인 김황원(金黃元)이 머리와 가슴에서는 끓어오르는 시적 감동이 튀어나오지 않아 통곡을 하고 떠났다던가, 오죽했으면 폴 발레리가 “시의 첫 줄은 신이 주는 것”이라고 했을까? 신이든 악마이든 까닭 없이 내 손에 시의 첫 줄을 주지는 않을 것. 그렇다면 바람 같기도 하고 뜬구름 같기도 한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그 영감靈感이라는 놈을 어떻게 낚아챈다? 어쩌다 나는 벼루라는 귀신에 붙들려 끌려 다니고 있는데 어느 한 밤도 거르지 않는 사나운 꿈자리에서 세상에는 없는 벼루를 만지기도 하고 그런 시의 귀신도 붙어 다녀서 생각의 첫줄하나 잡기에 밤낮없이 시름 거린다. 마땅한 글감을 만나기 위해 우리의 것 남의 것 옛날 것 오늘 것 가리지 않고 신의 솜씨가 만들어낸 물건들 천재들의 글씨, 그림, 대문장들의 시문을 쫓아다니지만 정작 시로 빚어내는 일은 게으르고 서투르기 짝이 없다.
마음이 약한 탓일까? 신문, 잡지에서 시 청탁이 오면 냉큼 받아놓았다가, 쫓기고 쫓기다 겨우 붓을 잡을 때도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그러니까 글감 찾기에서 말의 옷을 입히는 일은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에서 해내고 있어 그러면 나는 꿈자리에서도 시를 쓴다?
● 〈겨울자연〉
대표시
겨울 자연(自然)
나의 자정(子正)에도 너는
이근배
- http://www.yousim.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15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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