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오세영
열매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가
둥근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 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 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 "열매" 속에는 시작과 끝이 들어 있다. "열매" 속에는 겨울, 봄, 여름, 가을이 들어 있고 한 해의 자연 현상이 모두 기록 되어 있다. 둥근 열매는 원이 가지는 모든 속성을 지니고 있다. 만다라(Mandala)를 느끼게 한다. 융(Jung, 1875-1961)은 만다라가 지니는 우주적이며 영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원은 모든 인간에게 각인된 원형으로 통일체의 상징이며 정신적 성장을 위한 과정에서 꿈이나 그림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하였으며, 이런 만다라는 인간에게 침착함과 고요함, 일체감과 자아 존중감을 준다고 하였다.
원은 인간이 살고 있는 자연과 주변 환경 모든 곳에 존재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둥글고, 우리는 태어나기 전 아늑한 원형 공간인 어머니의 둥근 자궁 속에서 열매처럼 익어가지 않았던가. 그러기에 둥글다는 것은 우리의 의식 무의식 속에 근원적인 모습으로 내재화 되어 있는 것이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둥근 열매 하나에서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통찰 할 수 있다면 우리네 삶의 시작과 끝이 어떠해야 하는 가를 알게 될 것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교수 dsseo@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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