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아침의 시 / 한광구 |
나무수도원에서5
솔잎 사이로
별이 반짝인다.
바퀴 굴러가는
길에
인연을 메고 온
소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나무가 움메 하고 울면
땅이 워이 하고 대답하는
길에
삐거덕 나의 바퀴
나무의
그 순하고 깊은
나이테에 감기는
하늘.
# 60년대 ‘향토장학금’으로 대학을 다닌 우리 오라버니들의 삶의 여정이 “소처럼/우두커니” 초저녁별을 바라보고 있다. 애타게 기다리던 ‘향토장학금’을 받아 우편환 뒤에 배서를 하려다 말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등이 굽은 아버지의 깊은 시름이 얼룩져있고, 서울 간 아들의 금의환향을 철썩 같이 믿고 싶은 어머니의 그렁그렁한 눈물이 어른거리고, 서울 간 오빠만 성공하면 비단신도 신어 볼 수 있을 것 같은 여윈 누이의 애틋한 소망도 묻어있었다. 학자금으로 바뀐 송아지의 ‘음메’ 우는 소리가 이명으로 따라 다니던 '향토장학금'은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 숙제였던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고 시간의 수레위에 온 가족들의 소망과 삶을 싣고, 바퀴를 굴리며 지나온 생은 고삐에 꿰어진 소의 삶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세상의 힘든 일들에 부딪칠 때마다 육식동물처럼 으르렁거리며 길고 날카로운 정신의 발톱과 부리로 위선과 부패의 세상을 갈갈이 찢어 버리고 싶은 마음 가득하여도, 수레에 실린 가족들의 삶을 짚어보곤 뭉툭한 어금니로 생활을 씹고 또 씹어 삼키고 반추하며, 초식동물처럼 묵묵히 “바퀴 굴러가는/길에/인연을 메고 온/소처럼"살아온 우리 오라버니들이 닦아 놓은 길 위에 오늘의 경제와 발전이 바톤을 이어 받은 것이다.
농경시대에서 산업의 시대로 묵묵히 삶의 수레를 끌고 온 60년대 우리들의 오라버니, “나무가 움메 하고 울면/땅이 워이 하고 대답하는/길에/삐거덕”거리는 육신으로 “그 순하고 깊은/나이테에 감기는/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워낭소리'가 듣고 싶은 날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교수 dsseo@shingu.ac.kr)
ㅡ 출처 : 문화저널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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