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보내는 편지 / 양윤식
누이야.이제야 내 집을 허물고 서까래를 태운다 얼핏 되돌아보면 한 번도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그저 숱한 바람과 날개들의 묘비명 그동안 서로 의지하며, 별빛처럼 캄캄한 날들을 탱탱하게 버텨주던 말씀들은 언뜻언뜻 꽃잎같은 침묵을 깨트리고, 낯설지 않은 신음으로 뛰쳐나온다 누이야, 지금 내가 내 집을 태우는 것은 저 끝도 없는 하늘공중에 나를 파종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한 걸음 또 한 걸음 불꽃을 안고 하지만, 어쩌면 좋으냐 누이야 종소리처럼 떠나지 못하는 내 발자국들은, 아무리 태워도 태워지지 않으니... 누이야, 부끄럽구나 정말 부끄럽구나 오늘 밤엔 꼭 어둠을 곱게 빗질하는 별빛에 허물어지는 맑은 귀뚜라미울음, 따라가 보련다
계간시평/ 2010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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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목탁소리 지대방
글쓴이 : 量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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