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문인수] 골목 안 풍경

문근영 2013. 9. 21. 08:56

 

골목 안 풍경

 

문인수

 

 

 

미장원 앞 사과나무상자엔 또 부추가 새파랗게 자랐다.
전에 베어낸 자리가 아직 덜 아물었다. 자욱하게 소름끼친 것 같다.
그 칼자국이 밀어올린 키 위에다 소금 뿌린 듯
희고 자잘한 꽃이 피어 햇살 아래 지금 한껏 이쁘다.

가명의 저 어린 창녀들,
여럿이 새파랗게 몰려 한꺼번에 자지러지게 웃는다.

 

 - 문인수 시집『배꼽』(창비시선,2008)

 

 

 

 

 

 

무한한 슬픔이라는 꽃말이 있는 부추꽃은
참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듯 하다.
자잘한 보석같은 꽃이 모여
화관을 만들고, 바람결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감히 그 꽃 한송이 꺽어들 생각한 번 못해봤는데
그 꽃향, 향기롭게 된장국 속으로도 투하된다고 한다.

미안해서 못 꺽을 것이라고?
어디 부추가 꺽이기라도 한다던가

시골에서 자라지 못한 나는
친정엄마께서 주신 나도흰꽃사프란 화분에서
매년 한 두 송이 피어나던 그 부추꽃 닮은 꽃이
너무나도 황홀하게 하여서 매년 꽃이 필때가 되면 설레곤 했었는데
이젠 그 화분이 없어져 버렸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살면서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고 사라지는 것이 한 둘이겠냐만
기쁜, 기억들은 항상 살아서 춤춘다.


그런데 문인수 시인이 노래한 부추꽃은
그 꽃말처럼 슬프다.

그 자른 마디에서 따가운 소금꽃이 피어
그 아픈 시절 망각하고 다시 피어난 그 꽃들이
혁명처럼 창녀들이라고 비유되어 버린다.

슬픈 비명처럼 새파랗게 자지러지게.....

 

 

이 시를 읽다가 생각난 오래전 제 습작시 하나 함께 올려봅니다~

 


딸기꽃을 씻다가 - 06년4월 29일

 
 

하얀 꽃 잎

나풀 온통 붉은 밭에 앉아  


열매를 맺으려고만

피었던 것이 아니라는 듯  


여풀떼기의 삶이어도

향기롭기만 했다고  


딸기를 씻는데

떨어진 꽃잎 한 장

크게 노래 한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글라디 이영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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