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이은상
뉘라서 저 바다를 밑이 없다 하시는고
백 천 길 바다라도 닿이는 곳 있으리만
임 그린 이 마음이야 그릴수록 깊으이다.
하늘이 땅에 이었다 끝 있는 양 말지 마소
가 보면 멀고멀고 어디 끝이 있으리오.
임 그린 저 하늘 위 그릴수록 머오이다.
깊고 먼 그리움을 노래 위에 얹노라니
정회는 끝이 없고 곡조는 짜르이다
곡조는 짜를 지라도 남아 울림 들으소서
ㅡ『성불사의 밤』(태학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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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절한 노래가 내게 찾아온 것은 우연이었다. 몇 해 전 어느 늦은 가을날 심사가 그냥 서럽고 막막해서 인터넷으로 홍난파의 ‘봉선화’를 들으려다 이은상 작시(作詩), 홍난파 곡(曲)의 ‘그리움’을 만났다. 처음에는 이 노래가 황진이의 시조인줄만 알았다. 음악이 들려오는 음악 카페에서 분명히 황진이 시(詩)라고 명기되어 있었으니. 헤어진 임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황진이의 빼어난 목소리라고 나는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 서러운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그리고 거듭 따라 부르다 ‘그리움’은 어느 새 내 노래의 애창곡이 되어버렸다. 노산 이은상의 시조「그리움」은 그야말로 절절한 그리움의 노래다. 첫 수와 둘째 수에서는 임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마음이 바다와 하늘에 빗대어 깊고 먼 것임을 반문과 단정의 결연한 시구로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서정의 가락에 더 얹어지는 셋째 수의 노래는 가히 처절한 절창이다. 그 깊고 먼 그리움을 노래 위에 얹어보지만 임을 향한 정회(情懷)는 끝이 없고 곡조는 짜르기만 하다. 그렇지만 그대여 곡조는 짜를 지라도 남아서 그립고도 서러움의 이 울림을 들어달라, 라는 이 노래는 듣는 이의 심장을 새카맣게 타도록 한다. 독자여, 이은상의「그리움」이라는 시조에 홍난파가 곡을 얹은 이 노래를 한 번 들어보시라. 그리움의 강물이 당신 가슴에 소용돌이칠 테니.
ㅡ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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