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스님
윤제림
청소 당번이 도망갔다.
걸레질 몇 번 하고 다 했다며
가방도 그냥 두고 가는 그를
아무도 붙잡지 못했다.
“괜히 왔다 간다.”
가래침을 뱉으며
유유히 교문을 빠져나가는데
담임선생도
아무 말을 못 했다.
-윤제림 시집『그는 걸어서 온다』(문학동네,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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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림 시인의 다섯째 시집『그는 걸어서 온다』를 나는 참으로 속 시원하게 잘 읽었다. 어린 시절 무더운 여름날에 시골 어머니가 끓여주는 고디(다슬기)국 같았다. 찌지고 볶으며 사는 우리네 삶의 여러 모습들을 몇 줄의 시행으로 쓱-, 쓱- 그려낸 그의 시집 읽기는 맛이 참 좋았다. 그가 언어로 풀어낸 세간의 여러 빛들에서 독자는 눈물을 닦으며 삶의 에너지를 새로 얻을 것이다. 인용한 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걸레스님으로 불려진 중광 스님의 삶을 제재로 한 작품이다. 승려로서 파계(破戒)를 거듭하다 승단에서마저 쫓겨난 중광 스님, 그는 자신의 시에서 스르로 “나는 걸레”라고 했다. 윤제림 시인은 이 걸레스님 한 평생 이승의 삶과 죽음을 9행의 짧은 시에 다 담아내고 있다. 죽음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도 시가 무겁지 않고 재미가 있는 것은 걸레스님을 학교의 불량학생 이미지로 그려내는 해학성에 있다고 하겠다. 중광 스님의 죽음을 “청소 당번이 도망갔다./걸레질 몇 번 하고 다 했다며”라고 진술한 것은 참 적확한 표현이다. 걸레스님이 남긴 “괜히 왔다 간다.”라는 선적 임종게는 이승에서의 중광 스님의 삶을 단적으로 담고 있음이다. 시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무애의 걸레스님이 마지막 말을 내뱉고 유유히 교문을 빠져나가는데 그 누가 막으랴! 세상 사람 모두가 ‘이승’이라는 교실의 학생인 것을. 이홍섭 시인이 쓴 시집의 해설「화엄세간과 사람의 저녁」은 윤제림이 그려내고 있는 화엄(華嚴)의 시 세계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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