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강윤미] 귀신의 詩

문근영 2013. 9. 14. 17:48

귀신의 詩

 

강윤미

 

 

귀신이 써준 것 같은 당신의 시

요즘은 4차원의 시대니까

영감은 무슨 영감,

누군가 대신 써준 걸 거야

 

 

귀신 하면 엄마가 떠올라

죽음의 순간, 그녀의 몸속에

들어갔던 할아버지

어린 나는 할아버지라고 해야 할지

엄마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그냥 귀신이라고 생각했었지

어쩜 얼굴 없는 아이가 될 수도 있다

고 상상했었지

 

 

본 적 없는 표정이지만

어떤 때엔 나도 귀신이 된 것 같아

컴퓨터 앞에서 귀신이 되는 꿈을 꾸거든

내가 변신로봇도 아니고

아이와 씨름하다 갑자기 시인이 될 수는 없잖아

누구나 잠이 들면 반쯤은 귀신이 되니깐

 

 

귀신이 시를 써준다면 좋겠어

그래 준다면, 밥상에 기꺼이

숟가락 하나 더 올려놓겠어

새로 산 접시에 시 한 편 올릴 거야

내 이름과 똑같은 어여쁜 귀신 불러다

옆구리에 차고 잠을 잘 거야

 

 

 

《시와 정신》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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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귀신에게 팔베개를 해 준 적이 있었어

고단한 하루를 접고

단잠을 청하려는데

나의 왼쪽 팔에 아기 귀신이 와서 누웠어

형체는 보이지 않고

느낌으로만 아는

귀신,

아기 귀신의 잔잔한 숨소리를 들었어

“그래...아가야...고단하구나...편히 쉬었다 가렴...”

토닥토닥

고단한 아기 귀신을 다독거리며

고단한 나의 육신도 그만 잠이 들었던 적이 있었어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믿거나

말거나

내 몸은 가끔

귀신을 느끼거든

이상한 것은

내가 느껴본 귀신은 모두 착한 영혼이었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영감은 간간이 오는데

시를 잡아두지 못 하는

요즘

나의 일상이 싫어

바쁜 나, 대신

귀신이 시를 써 주는 세상

올 거야, 암만~!                       2013년 5월 1일 새벽에 ... 유순예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지대방/유순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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