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김선굉
낙동강 긴 언덕을 따라 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푸르게 흐르는 강물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고 작은 꽃들이 키를 다투며 마구 피어나서
바람에 몸 흔들며 푸른 하늘을 받들고 있다.
白衣의 억조창생이 한 데 모여 사는 것 같다.
한 채의 장엄한 은하가 흐르는 것 같기도 하고,
흰 구름이 내려와 앉은 것 같기도 하다.
모여서 아름다운 것 가운데 이만한 것 잘 없으리라.
이따금 강바람 솟구쳐 언덕을 불어갈 때마다,
꽃들은 소스라치듯 세차게 몸 흔들며 아우성쳤다.
바람은 낱낱이 꽃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며,
호명된 꽃들은 저요, 저요, 환호하는 것이었다.
저 지천의 개망초꽃들에게 낱낱이 이름이 있었던가.
바람은 거듭 꽃들의 이름을 부르며 불어가고
꽃들은 자지러지며 하얗게 아우성치는 것이었다.
그 놀라운 광경에 넋을 빼앗긴 내 입에서
무슨 넋두리처럼 이런 탄식이 흘러나왔다.
-詩人은 좆도 아니여!
ㅡ『현대시학』(200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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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칠곡에 살고 있는 교사 김선굉 시인이 의성의 단밀중학교로 매일 출․퇴근 하면서 그 길가 낙동강변에 핀 여러 억만 송이 개망초꽃들을 보고 쓴 시다. 시에서 “푸른 하늘을 받들고 있”는 “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는 “白衣의 억조창생이 한 데 모여 사는 것”으로 “한 채의 장엄한 은하가 흐르는 것”으로 “흰 구름이 내려와 앉은 것”으로 다채롭게 변주되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여러 억만 송이 개망초꽃들과 바람이 서로 내통(內通)하는 아름다운 풍광이다. 억만 송이 개망초꽃들 낱낱의 이름을 불러주는 바람은 선생님인 김선굉 시인이요, 그 호명에 “저요, 저요, 환호하는” 꽃들은 선생님의 어린 학동(學童)들이 아닐까. 이 자연의 놀라운 광경에 시인의 입에서 무슨 넋두리처럼 탄식처럼 흘러나온 “詩人은 좆도 아니여!” 라는 종결부 시행에 내 넋이 다 빼앗기겠다. 그렇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을 보지 못하고 또 그것을 언어로 그려내지 못하는 시인은 좆도 아니다. 나도 이런 선생님 아래서 시와 인생을 배우는 어린 학동이고 싶다. 현실적으로 그렇게는 안 되겠지만 김선굉 시인 같은 분을 교장 선생님으로 모시고 일하는 평교사라도 되고 싶다.
-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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