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권자미] 괜찮아

문근영 2013. 9. 14. 17:46

 

괜찮아

 

권자미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은

괜찮지 않다는 말이에요

세상에 괜찮은 게 있던가요

세상에 괜찮은 건 없어요

우리는 괜찮지 않을 때

놀란 얼굴로, 괜찮아?

묻곤 하지요

괜찮지 않아도

아프지나 말자고

떠나는 당신 등에 대고

나는 말해요, 괜찮아요

나를 향해서도 말해요, 괜찮아

괜찮아요

그런줄 알지만 다 알지만

왼쪽 귀를 대봐요

당신도 괜찮지요

하면서도 괜찮지 않았으면 해요

 

- 권자미 시집, 『지독한 초록』, 애지,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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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면서

정윤천 시인의 "천천히 와"라는 제목의 시가

생각이 났다. 천천히 오라는 말 속에는

어서오라는 숨은 뜻이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는 "천천히 오라" 고 하는 것처럼.......

"괜찮다"  말 속에도 그 아픈 늬앙스가 숨어 있는 것이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면서

하였을 말,

아픔을 참으면서 하였을 그 말,

괜찮아.....

설명이 길어지면 구차해지는 말,

괜찮아,

이 단어 속에는

어딘가 모를 보랏빛 아픔이

배어나오는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면 독자 여러분들도

여러 번 이 시를

입 속으로 되뇌이며 읽으시길

권해 드린다.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김경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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