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밥
송재학
초록이 밀사를 보냈다네
그 왕국은 아직 선포되지 않았지
며칠 전 이 늪은 고요하기만 했었네
지금 초록은 물에 비치는 푸르름만으로
한껏 울지 못하겠다고
마침내 밀사를 보내
수면에 제 왕국의 흥망을 빽빽하게 펼쳤네
수많은 초록이 물 위에 누워 한껏 게을러졌다네
이것을 개구리밥이라고만 부르지 말라
수줍음처럼, 또렷하게 작은 꽃이 핀다네
그들이 초여름의 날랜 병정들이라네
-송재학 시집『기억들』(세계사,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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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 시인의 시를 읽는 것은 괴롭고도 즐겁다. 그의 시는 전통 서정의 소월과 목월의 시들처럼 단박에 읽히지 않는다. 송재학의 시는 시어가 갖는 의미와 상징을 조목조목 따져 읽어야 하고, 시적 수사를 헤아려가며 읽어야 그 맛이 제대로 살아난다. 그래야만 한 눈에 들어오지 않던 섬세한 서정의 물살이 세차게 밀려오는 환희를 맛볼 수 있다. 그러니 송재학의 시는 독자를 괴롭히기도 하고 때론 즐겁게도 만든다. 다섯째 시집『기억들』에 실려 있는「개구리밥」은 그의 다른 시편들에 비해 그래도 쉽게 읽히는 시다. 현재 한국 시단에서 시적 은유를 가장 빈번하게 또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는 시인이 바로 송재학이 아닐까. 위 시는 계절이 오고감을 개구리밥을 통해 간략하고도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그림의 수사 방식은 모두 은유다. 늪은 이 세상의 대유일 터이고, 초록과 밀사를 보내는 왕국은 여름을 비유한 것이다. 또 초록의 밀사와 날랜 병정들은 늪 속에서 나날이 그 몸체를 번져나가는 개구리밥을 은유한 것이다. 그렇다. 세상의 사물을 단지 그 이름만으로 한정해서 부르는 것은 재미난 세상살이가 아니겠다. 그 사물과 또 다른 사물들 사이의 연관으로 세상을 읽거나 살아간다면 그 내용이 더욱 풍성해지고 아름다울 것이다.
-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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