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최서림] 개망초

문근영 2013. 9. 13. 10:29

개망초

 

최서림

 

유월이면 이 북쪽에서도 똑같이

나른한 목소리로 뻐꾸기가 운다.

애잔한 눈빛으로 개망초도 핀다.

쓸쓸한 인민의 얼굴로 핀다. 아니,

물, 바람, 햇빛만 받아먹은 얼굴로 핀다.

인민 이전의 얼굴로 핀다.

길가에 버려진 땅위에 무더기로 핀다.

인간의 역사는 아랑곳 없이

바람 속에 서로 몸 비비며 핀다.

소나기 포탄으로 뒤집힌 땅에서도 피어나던 꽃,

오늘 금강산 가는 길에도

하늘하늘 질기게 피어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겨우 구별되는 얼굴로

소리없이 피었다 진다.

 

- 최서림 시집, 『물금』, 세계사,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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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다, 개망초가 지천으로 피어난다.

개망초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번식력이 워낙 좋아 한번 밭에 퍼지면

농사를 망친다하여 개망초라는 이름을

얻었다고도 한다.

하기야 우리나라 지천에

피어나는 야생의 꽃들 중에

참 억울한 이름을 가진

꽃들이 많기는 하다.

 

아마 시인은 유월에 금강산 관광을 가면서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길가에 흐드러진 개망초를

발견하고 이 시를 구상 했으리라,

남북으로 갈라져, 동족끼리 무수한 피를 흘리는

잔혹한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질기게, 하얗게 무더기 무더기 

서로의 몸을 비비며 피어나던 꽃,

그 꽃에서 지금은, 인민이라 불리는 북녘 동포지만

인민 이전의 우리 겨레,

인민 이전의 사람의 얼굴을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의 현실을

아프게 떠올리고 있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김경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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