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도정기 찾기
김행숙
이 상처에는 서사적인 고통이 있는 것 같고,
어느 날의 기억력은 술집에서 얼결에 동석하게 된 낯선 사람과 기울이는 술잔 같고,
인생에 홀연히 나타난 한 시간 동안의 친구 같고,
우리가 새빨간 거짓말과 사실을 도무지 분별할 수 없는 사이라면 간신히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빨간약을 구해줘, 이 말은 암호 같고, 우스갯소리 같고,
어디선가 어두운 목소리와 밝은 목소리가 유혹한다면 너는 어두운 목소리에 끌릴 것 같고,
그래서 말을 하다가 너는 어느덧 그림자와 자리를 바꿀 것 같고,
벽의 그림자들은 비슷비슷해서 내 것과 네 것이 바뀐 것 같고,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그림자들과 싸우는 법이지, 끌끌끌, 너는 혀를 끌고 새벽에 나가는 사람 같고,
너의 혀가 길다면 조금 핥아줄 것 같고,
―월간『현대문학』(201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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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도정기란 말
얼마만인가?
이 시의 제목을 마주치자마자
유년의 기억들이 나란히 내 앞에 앉는다
그 기억들의 나이가 반세기가 다 되어가니
나름 서사적이라해도 괜찮을 것이다
비포장 도로 십릿길을 걸어다녔던 국민학교 시절
돌부리는 왜 그리 많았는지
돌부리 보다는 제발에 걸려 넘어졌던 일이 더 많았을지도...
상처에 난 붉은 피 보다
엄마가 꺼내 발라준 옥도정기의 색깔은 유난히 더 빨갰는지...
어른들이 말하는 빨간약
그걸 바르고 나면 왜그리 따갑던지...
무조건 됐다고 하면서 도망 쳤던 기억도 가물거린다
오랜만에 마주한 옥도정기를
이젠 사는 일이 버거워 물집 터진 그 자리
새빨간 거짓말들이 자리잡은 우리들의 가슴 한복판에
발라보면 어떨까
서로의 가슴에 발라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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