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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승희] 아무도 듣지 않고 보지 않아도 혼자 말하고 빛을 뿜어내는 텔레비전 한 대가 있는 헌책방

문근영 2013. 9. 14. 17:48

아무도 듣지 않고 보지 않아도 혼자 말하고 빛을 뿜어내는 텔레비전 한 대가 있는 헌책방

 

이승희

 

 

 헌책방 불빛은 참 착하다. 저녁 내내 그 불빛 아래에서 헌책처럼 말이 없던 사내와 그 사내를 닮아 더욱더 말이 없는 의자가 말없음으로 서로 껴안고 우는 시간에도 가만히 그 등을 두드려주지 않던가. 그렇게 등 두드리는 불빛의 손을 보았다. 제목이 지워진 책등의 글자들처럼 흐릿했다. 그 흐릿함이 사람을 얼마나 따뜻하게 해주는지를 안다. 내게 한때는 그런 사랑이 있었다. 늦은 저녁 술집에서 그대가 날 두고 떠난 자리를 오래 바라보다가 거기서 날 바라보는 불빛 하나를 보았다. 그대 등 뒤에서 그대 가슴에 그늘을 만들던 그 불빛이었다. 내가 오래도록 그대를 지우지 못하는 흔적이 그 때문이다.

 낡은 책 한 권을 꺼내든다. 불빛이 금세 내게로 흘러든다. 둥글어진 모서리로 물방울처럼 고인 불빛들. 책을 펼치면 어느새 그 안에 가득한 불빛. 내 가슴 한켠에 저 불빛 같은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다.

 

 

 

ㅡ출처 :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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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도

가슴 한켠에 헌책방의 불빛 같은 사람 하나 담고 있는가

사랑이라 해서 반드시 여자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정말로 그리운 사람이면 그것으로 족하다

 

헌책방에 와서 책을 찾아 의자에 앉아 뒤적이며 읽고 있는 모습

멀리서 봐도 외로워 보이고 궁금해 보인다

그 외로움을 등받이 의자가 헌책방의 불빛이 위로한다는 거다

그 흐릿함이 사람을 참 따뜻하게 한다는 암시가

그런 분위기를 통해서 내 속에 지닌 사람의 이야기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는 거다

화자도 한때는 그런 사랑이 있었다고 한다

한때였으니 이미 지난 사랑이다

날 두고 떠난 사랑의 등 뒤에서 비친 불빛이

가슴에 그늘을 만들었다는 이 암시

헤어진다는 암시다

오래도록 지우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불빛의 그늘이었다

 

다 지난 일이지만 다시 들른 헌책방에서

낡은 모서리로 몰려드는 불빛들이며

펼쳤을 때 몰려드는 환한 불빛들은

아주 긍정적으로 다가선다

잊었어도 아름다이 생각하는 마음으로 바뀐 것은

‘내 가슴 한켠에 저 불빛 같은 사람’이라 말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이 시는 ‘헌책방, 의자, 불빛, 사랑했던 사람, 책 펼침’이라는 어휘를 통하여

아주 서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시의 제목에 ‘헌책방’을 수식하기 위해 무려 서른두 글자가 동원되었다

외로움을 드러내는 표현치고는 아주 상식적이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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