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정겸] 유서

문근영 2013. 9. 15. 20:14

유서

 

정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나는 전류의 흐름이 그치고

필라멘트가 끊어진 전구처럼 고독하다‘ 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아버지가 출산했다

실종신고 삭 달 만에

돌아온 것은 달랑 유서 한 장이었다

검은색비닐봉지 속

꼬깃꼬깃 접혀있는 색 바랜 종이에는

농협 통장의 비밀번호와

 

‘늘 바람과의 전쟁에서

겨우 살아 온 늙은 몸

손자에게 티비 채널권 빼앗기고

애완견에게 밥 먹는 순서마저 빼앗겼다‘ 라고 적혀있었다

 

 

 

ㅡ출처 : 『시인시각』(2011.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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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란 유언을 적어 남긴 글이다

재산을 남긴다든지

그 재산을 어떻게 써라든지

시에서처럼 고독해서, 늙어 무엇을 빼앗겨 외로워서라든지

이런 거 말고

 

그런데 여기서는 두 가지 이야기의 주인공이 모두 자살한 것으로 나온다

자살 말고 자연사하되

좋은 말씀을 남기면 좋을 텐데

하기사 죽음 직전에 힘이 없어 자필로 남기기도 힘드는데

살다가 미리 미래를 생각해서 유언을 써 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세상에서 같이 살던 사람들과의 마지막 이별인데

좋은 말씀 남기는 것이 많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자연사라는 것도 돌아가는 것이고 보면

외로울 것도 슬플 것도 없다

그냥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세상 여행 마치고 명이 다해서 돌아가는 것을

그리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름다운 유서를 남겨서

고인을 보내는 마지막 이야기로 들으면 얼마나 좋은가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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