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박경조] 첫 눈

문근영 2013. 9. 12. 15:56

첫 눈/ 박경조

 

 

나를 키우던 풀잎 위에 첫눈 내립니다

북부 시외버스 정류장 내 오랜 발자국

그 발자국 다시 신고

눈 내리는 갑티재 지름길 넘으면

바람보다 먼저 그 겨울에 들 수 있을까요

이마에 숯검정 부적처럼 찍고 외갓집 가던 첫날밤

밤부엉이 울음 건너오던 낮은 처마 문틀에

가을내 말린 국화꽃잎 창호지에 덧바르던 외할매

한 뼘 그 꽃밭에 박 속을 풀 듯 쏟아지던 함박눈

그날 절절 끓던 구들목에서

외할매의 낡은 털스웨터는 어린 벙어리 장갑으로 부풀

었습니다

경북 군위군 금양 2리, 내 근원의 불씨

오늘 문득

그 겨울 편지 무등 타고

펄 펄 첫눈으로 건너옵니다

 

 

 

- 시집『밥 한 봉지』(詩와에세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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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날씨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마지막 만찬

이 잎들이

끝을 염려했다면 돋지 못했고

배신 안 당하려 하면, 사랑도 못한다.

23권의 대하소설을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의 느낌처럼!

이렇게 마무리 될 걸, 지지고 볶고 오해하고 속이고 했으니

허탈하기도 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느라 애썼는데

미련하게 살아낸 등장인물의 여운만이

'첫 눈'처럼 부드럽게 스며든다

(오래도록 남아 그리움이 되는 건/ 우리들의 사랑이었다"는 서정홍 시인의 시편처럼)

 

어린 시절의 나는 '북부 시외버스 정류장'에 가는 게 별로였다.

역 냄새도 싫었고

사람도 사물도 거친 느낌이 들어서 별로였다. 또 

몸을 구기고 2시간을 가야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군위'는 서광의 장소!

"도리원", '군위'쯤이면

내 본적지인 그 곳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어여쁘신

우리 작은 할머니의 고향이기에 더욱더.......

 

시인 덕분에

어린시절의 여러 컷이 상기된다.

("요즘 왜 이러는 걸까요?" ^^) 

떠오르는 '내 .. 발자국'이 너무 많아서 나열하진 못 하겠다

시인의 '발자국' 위로 '무등'을 '타고'

의성군 소담한' 재'들을 넘는다

코 끝은 쨍하지만, 맑기만 한 겨울 공기 속에

늘 고개를 숙이고 일을 하시던 '외할매'

장판 색깔이 바뀔 정도로 '절절 끓던 구들목'

기능성 방한복의 

솜과 나일론 대신

충전재는 울 어머니 한숨

질긴 인내라는 특수 소재 털스웨터'!

 

그 시절 내음이 난다

'박 속을 풀 듯' 담백한 이 시가 내리고

'북부 정류장' 위로도 첫 눈이 내려

그렇게 싫었던, 시골 냄새 조차

향긋하다  -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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