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김명철] 유산(流産)

문근영 2013. 9. 12. 15:57

유산(流産)

 

김명철

 

 

한낮의 북한강 낮은 강바닥에 얼굴을 비춰본다

너를 견뎌내려는 낮술처럼 물 밖이 물속에 잠긴다

 

망막을 가득 채우는 어둠

 

새 한 마리 강을 건너다가 어두운 나를 돌아본다

긴 목덜미가 아래로 휜다

 

너와 네가 낳은 것들이 나를 물속으로 누르고

나와 내가 낳은 것들이 나를 물속에서 당긴다

 

돌아보지도 않고

소리 없이 나를 건너는 너의 자세는 견고하다

 

 

 

-출처 : 『딩아돌하』(2011.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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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참모습을 찾으려는 심리적 노력이 보인다

화자가 대낮에 너를 견뎌내려 낮술을 먹고

낮은 강바닥에 얼굴을 비춰보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아무리 물속을 들여다보아도 어둠이 망막을 채울 뿐

진정한 자신의 얼굴은 보지 못한다

이렇게 나를 보지도 못하는 상황을

새 한 마리가 애써 돌아보려 하나

그것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은 이중적인 존재인가가 이 시에 나타나는데

행동하는 ‘나와 생각하는 또 다른 ’나‘가

서로 다른 곳에서 존재한다는 말이 실감나게 들린다

4연에서 그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은 희로애락의 강을 건너간다

그 강의 물살이 약하기도 세기도 하겠지

이런 와중에 현실을 견디며 사는 나의 참모습은

어디에 있는가 하고 반문해 보고 싶지 않겠는가?

참말이지 나의 참모습을 드러내놓고 산다는 건 바보짓이다

누구나 자신을 감추고 사는데 나만이 드러내놓고 이용당하며

바보같이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저 새는 누구인가, 바로 현실에서

자신의 참된 얼굴을 잊고

타자에 의해 이끌리고 억압당하며 살던 화자가 아닌가

이 시에서 ‘너와 네가 낳은 것들’은 나를 억압하는 타자들이고

‘나와 내가 낳은 것들’은 참된 나의 모습이다

이것은 현실에서 견뎌야 하는 실존 투쟁이다

현실의 강을 견고하게 건너는 ‘너’를 ‘나’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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