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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장옥관] 가오리 날아오르다

문근영 2013. 9. 12. 15:57

가오리 날아오르다

 

장옥관

 

 

  경주 남산 달밤에 가오리들이 날아다닌다

  아닌 밤중에 웬 가오리라니

 

  뒤틀리고 꼬여 자라는 것이 남산 소나무들이어서

  그 나무들 무릎뼈 펴 둥싯, 만월이다

 

  그럴 즈음 잡티 하나 없는 고요의 대낮이 되어서는 꽃, 새, 바위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고 당신은 고요히 자신의 바닥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때 귀 먹먹하고 숨 갑갑하다면 남산 일대가

  바다로 바뀐 탓일 게다

 

  항아리에 차오르는 달빛이 봉우리까지 담겨들면

  산꼭대기에 납작 엎드려 있던 삼층 옥개석이 주욱, 지느러미 펼치면서 저런, 저런 소리치며 등짝 검은 가오리 솟구친다

  무겁게 어둠 눌러 덮은 오랜 자국이 저 희디흰 배때기여서

  그 빛은 참 아뜩한 기쁨이 아닐 수 없겠다

 

  달밤에 천 마리 가오리들이 날아다닌다

 

  골짜기마다 코 떨어지고 목 사라진 돌부처

  앉음새 고쳐 앉은 몸에

  금강소나무 같은 굵은 팔뚝이 툭, 툭 불거진다

 

 

 

-장옥관 시집『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랜덤하우스코리아,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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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옥관의 넷째 시집『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에는 활달하고 폭발적인 상상력의 공간이 질펀하게 펼쳐져 있다. 제15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작「가오리 날아오르다」도 역시 그렇다. 경주 남산과 만월(滿月)이 장옥관 시인의 활달한 상상력을 만나 살아 꿈틀대는 생명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둥싯, 만월이 떠오르듯 장옥관의 활달한 상상력으로 남산 산비탈의 삼층석탑 옥개석이 검은 가오리가 되어 지느러미를 활짝 펴며 하늘을 날아오르고, 경주 남산이 바다로 바뀌고, 코 떨어지고 목 잘려나간 돌부처의 몸에 생명의 핏줄이 툭, 툭 불거지고 있다. 마치 사물들이 달밤에 요강 들고 체조하듯 한판 생명의 잔치 마당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장옥관의 시를 두고 故 김양헌 문학평론가는 “종횡무진 날아오르고 솟구치는 동사들의 역동성은 시인의 깨달음을 명상의 산사에서 신명나는 난장으로 옮겨놓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책머리에  “말과 말 사이에 숨을 불어넣고 싶었다.”는  ‘시인의 말’처럼 그에게 시는 자신의 삶과 몸에 피어나는 ‘꽃’이다.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언어가 꽃으로 변주되는 그것이 시(詩)라는 예술이 아닐까.

-이종암(시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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