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손택수
세상에 천리향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에 천리나 먼
거리가 있다는 거지
한 지붕 한 이불을 덮고 사는
아내와 나 사이에도
천리는 있어,
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
네가 서러운 것은
진하디진한 향기만큼
아득한 거리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지
얼마나 아득했으면
이토록 진한 향기를 가졌겠는가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것은
살을 부비면서도
건너갈 수 없는 거리가
어디나 있다는 거지
허나 네가 갸륵한 것은
연애 적부터 궁지에 몰리면 하던 버릇
내 숱한 거짓말에 짐짓 손가락을 걸며
겨울을 건너가는 아내 때문이지
등을 맞댄 천리 너머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엿듣는 밤
너 서럽고 갸륵한 천리향아
- 손택수 시집, 『목련전차』, 창비시선 264,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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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될까요
등 돌리고 자는
아내와 남편 사이의 거리,
그렇지만 꽃들은 늘
그 아름다운 향기로
우리에게 계절을 알려주고
환한 기쁨을 주기도 하지요,
은은한 천리향의 향기를 맡으며
시인은 아득한 천리의 거리를
지금, 아내와 등돌리고 자는
애틋한 그 거리를 생각합니다.
때론 궁색한 남편의 거짓말도
반복되는 손가락 약속에 웃어 넘기며
넉넉하게 세월의 더께를 더해가는
천리향 향기가 나는
시인의 침실을 생각하며
미소지어 봅니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김경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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