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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손택수]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문근영 2013. 9. 11. 14:20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손택수

 

세상에 천리향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에 천리나 먼

거리가 있다는 거지

한 지붕 한 이불을 덮고 사는

아내와 나 사이에도

천리는 있어,

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

네가 서러운 것은

진하디진한 향기만큼

아득한 거리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지

얼마나 아득했으면

이토록 진한 향기를 가졌겠는가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것은

살을 부비면서도

건너갈 수 없는 거리가

어디나 있다는 거지

허나 네가 갸륵한 것은

연애 적부터 궁지에 몰리면 하던 버릇

내 숱한 거짓말에 짐짓 손가락을 걸며

겨울을 건너가는 아내 때문이지

등을 맞댄 천리 너머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엿듣는 밤

너 서럽고 갸륵한 천리향아

 

- 손택수 시집, 『목련전차』, 창비시선 264,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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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될까요

등 돌리고 자는

아내와 남편 사이의 거리,

그렇지만 꽃들은 늘

그 아름다운 향기로

우리에게 계절을 알려주고

환한 기쁨을 주기도 하지요,

은은한 천리향의 향기를 맡으며

시인은 아득한 천리의 거리를

지금, 아내와  등돌리고 자는

애틋한 그 거리를 생각합니다.

때론 궁색한 남편의 거짓말도

반복되는 손가락 약속에 웃어 넘기며

넉넉하게 세월의 더께를 더해가는

천리향 향기가 나는

시인의 침실을 생각하며

미소지어 봅니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김경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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