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권자미] 초록손바닥

문근영 2013. 9. 10. 14:34

 

초록 손바닥

 

권자미

 

상추밭에 앉아 풀 뽑는다

 

호미질한다

이곳에서 땄을 할머니의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들의 부루

 

사그락 사락 흙 갈라지는 소리, 사방에 가득하다

 

내 할머니 발뒤꿈치에서 부서진 살 부스러기

땀방울 머리카락 눈곱 닳은 손톱조각 그 사소한 것까지

밭 갈다 빠진 소의 긴 속눈썹 하나와 새참 먹다 고수레 던진 찬밥덩이까지

하다못해 소 부리던 영감들 가래침과 잔소리까지도

흙이 되어

 

평온하다

보드라운 살결이다

상추가 손을 내민다, 덥석

손을 맞부벼 잡아본다

 

착한 손바닥

초록쪽으로 불끈 힘이 곧추서고

몸으로 흰 젖이 돈다

 

       - 권자미 시집,『지독한 초록』, 도서출판 애지,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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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만지며 지금의 중년들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많다.

그 시절 모든 어린 아이들의 놀이는 대부분 흙 위에서 이루어졌다.

흙 위에서 뜀뛰고, 달리고, 넘어지고  코피도 쏟았다. 

자치기, 비석치기, 구슬치기, 땅따먹기, 공기놀이, 꽃놓기 등등...........

( 그 시절 내가 따먹은 땅만 가졌어도 지금은 부자일텐데.......^^*)

 

뙤약볕 내리쬐는  채마밭에 앉아

때로는 반갑지 않은

무성한 잡풀을 뽑으며

시인은 양식을 늘여서 먹던 가난했던 시대의

할머니의 할머니 할머니, 시절까지 거슬러

상추밭의 기나긴 역사를 생각한다.

밭을 일구었을 그들의 땀과 노고와

쟁기질 하였을 소의 수고로움까지도 되짚으며

지금의 밭을 매는  흙의 따뜻한 체온을 느낀다.

지금 밭에가서 흙을 만져보라,

그 분들의  한숨과 눈물과 웃음들이

한데 어울려 오늘의 저 결 고운

향기로운 흙이 되었고

흙이 우리를 키웠으니

한줌의 흙이라도 얼마나 정겨운 것이냐.

그 긴 흙의 역사를 되집으며 시인은,

오늘의 우리들은

지독한 초록을 꿈꾸며 힘을 얻고

초록이 거름이 되어 우리의 착한 손바닥을 이룬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김경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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