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반칠환] 전쟁광 보호구역

문근영 2013. 9. 10. 14:34

 

전쟁광 보호구역/ 반칠환

 



전쟁광 보호구역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전쟁놀음에 미쳐 진흙으로 대포를 만들고
도토리로 대포알을 만드는 전쟁광들이 사는 마을
줄줄이 새끼줄에 묶인 흙인형 포로들을
자동콩소총으로 쏘아 진흙밭에 빠트리면 무참히 녹아 사라지고
다시 그 흙으로 빚은 전투기들이
우타타타 해바라기씨 폭탄을 투하하고
민들레, 박주가리 낙하산 부대를 침투시키면 온 마을이
어쩔 수 없이 노랗게 꽃 피는 전쟁터
논두렁 밭두렁마다 줄맞춰 매설한 콩깍지 지뢰들이 픽픽 터지고
철모르는 아이들이 콩알을 줍다가 미끄러지는 곳
아서라, 맨발로 달려간 할미꽃들이 백기를 들면
흐뭇한 얼굴로 흙전차를 타고 시가행진을 하는
무서운 전쟁광들이 서너 너댓 명 사는,
작은 전쟁광 보호구역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시집『전쟁광 보호구역』(지혜, 2012)

-우리카페 시하늘 '풍경이 있는 시'(2013.5.6) 게시물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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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면서 휴대 전화기로 잠깐 이 시를 읽었다.

속이 시원했다가, 이내 찝찝하다

내가 이 시를 퇴근과 약속 사이에 읽은 것,

다시 꼼꼼히 읽고 싶어, 이러고 있는 것이

왠지 하찮게 느껴진다

'전쟁'을 합리화하는 권력의 치밀함에 비해

"욱" 흥분이 앞서는 내 모습이 우습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부모에게 양육받는 아이가 생각난다.

경찰에 부모를 고발하면

누가 날 돌봐주지?

체재 속의 나약함을 딛고

"정의를 원하는 사람 함께 합시다" 가슴의 말을 하여도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리라는,

또 다른 나약함!

'전쟁광'을 구치할 장소와 함께

철없이 방황하느라 정작 자신의 자녀를 방치한

부모 '보호구역'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돈 버는 부루마블 비슷한 놀음

돈 주면 욕심껏 살 수 있는 인생 게임,

사랑도 사고 집도 바꾸고

종이돈으로 사는 '마을'

"돈"이 "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마을'

 

시를 읽고 다시 읽으며

'전쟁광 보호구역'을 구치소로밖에 해석 못한

나 자신이 어느새 '전쟁'을 즐기며

'진흙', '도토리', '콩', '해바라기씨', '민들레', '박주가리', '할미꽃'!

'꽃 피'우고 '콩깍지'를 '터'뜨리고 있다.

나도 '보호구역'이 필요하다

 

-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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