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포기하다/ 복효근
똥을 쌌다
누렇게 빛을 내는 황금 똥
깨어보니 꿈이었다
들은 바는 있어 부정 탈까 발설하지 않고
맨 처음 떠오르는 숫자를 기억해두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려운 두 누나 집도 지어주고
자동차를 바꾸고 아내도
아니, 아내는 이쁜 두 딸을 낳아주었으니
남 보는 눈도 있고 하니 좀 더 생각해볼 것이다
직장도 바꾸고
물론 시도 쓰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시인이라는 이름이 버겁기만 하고
머리털 빠지는 그 짓을
뚝심 좋은 이정록 같은 이에게나 맡길 것이다
내일 퇴근 길에 들러서 사올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어디서 로또를 사지
또 뭐라고 말해야 할까 똥 꿈을 꾸었다고 쑥스럽게
그건 그렇고 내가 부자가 되면
화초에 물은 누가 줄 것이며 잡초는 어떻게 하고.....
안 되겠다
로또를 포기하기로 했다
나는 갑부가 되지 말아야겠다
ㅡ시집『따뜻한 외면』(실천문학사, 2013)
- 우리 카페 '시하늘 좋은 시'(2013.4.19)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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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
1박2일이 모자랄 정도지만
언젠가 당첨될 지 모를
'로또'를 위해 참는다
저절로 날씬해지는 동안은
술이 마시기 싫다
고기도 먹기 싫다
지금이 그렇다
달릴 때 제대로 하는 성격이기에, 이참에
모든 거룩하지 않은 것을 '포기하'려는 생각까지 있다.
돈도?
돈 따로 손 따로,
내 돈 잡는 폼이
매우 엉성한 것을 알기에
'로또'가 되면!
법지식이 풍부한 측근에게 한 몫 떼주고
내 몫은 따로 관리하도록 부탁하련다
'직장'에서 하는 일은 보람 충만이고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시'도 있다
내 인생은 이미 로또다
나 만나는 사람 횡재다 - 김선아
추신: 이러다 "안티"가 생길까 겁은 나지만, 글이니까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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