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복효근] 로또를 포기하다

문근영 2013. 9. 10. 14:34

로또를 포기하다/ 복효근
 

 

똥을 쌌다

누렇게 빛을 내는 황금 똥

깨어보니 꿈이었다

들은 바는 있어 부정 탈까 발설하지 않고

맨 처음 떠오르는 숫자를 기억해두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려운 두 누나 집도 지어주고

자동차를 바꾸고 아내도

아니, 아내는 이쁜 두 딸을 낳아주었으니

남 보는 눈도 있고 하니 좀 더 생각해볼 것이다

 
직장도 바꾸고

물론 시도 쓰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시인이라는 이름이 버겁기만 하고

머리털 빠지는 그 짓을

뚝심 좋은 이정록 같은 이에게나 맡길 것이다

 
내일 퇴근 길에 들러서 사올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어디서 로또를 사지

또 뭐라고 말해야 할까 똥 꿈을 꾸었다고 쑥스럽게

그건 그렇고 내가 부자가 되면

화초에 물은 누가 줄 것이며 잡초는 어떻게 하고.....
 

안 되겠다

로또를 포기하기로 했다

나는 갑부가 되지 말아야겠다

 

 

 

 

ㅡ시집『따뜻한 외면』(실천문학사, 2013)

- 우리 카페 '시하늘 좋은 시'(2013.4.19)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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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 

1박2일이 모자랄 정도지만

언젠가 당첨될 지 모를

'로또'를 위해 참는다

저절로 날씬해지는 동안은

술이 마시기 싫다

고기도 먹기 싫다

지금이 그렇다

달릴 때 제대로 하는 성격이기에, 이참에

모든 거룩하지 않은 것을 '포기하'려는 생각까지 있다.

돈도?

돈 따로 손 따로,

내 돈 잡는 폼이

매우 엉성한 것을 알기에

'로또'가 되면!

법지식이 풍부한 측근에게 한 몫 떼주고

내 몫은 따로 관리하도록 부탁하련다

'직장'에서 하는 일은 보람 충만이고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시'도 있다

내 인생은 이미 로또다 
나 만나는 사람 횡재다     - 김선아

 

 

 

추신: 이러다 "안티"가 생길까 겁은 나지만, 글이니까 이해 바랍니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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