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은봉
하루 종일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사람들 속에서 아침이 왔고, 점심이 왔고, 저녁이 왔다 사람들은
서류를 만들면서도
차를 마시면서도
운동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농담을 해댔다 농담으로 하여 외롭지 않았다 슬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았다
그래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해 오늘 하루 온전히 당신을 그리워하지 못했다 당신에게 편지 한 줄, 비밀 한 줄 쓰지 못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사람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람들
온종일 두렵고 불안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 편히 당신을 그리워할 수도 없었고, 떠올릴 수도 없었다 언제나 처럼 당신은 멀고 아득한 곳에 있었다
오늘도 먹고, 입고, 자는 일이 나와 세상을 끌고 다녔다
그러한 중에도 나는 순간순간
혼자 있는 시간을 꿈꾸었다
온전히 당신을 그리워할 수 있는 시간을 꿈꾸었다.
-출처 : 『유심』(20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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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
현대인들에게는 사치일 수도 있겠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집에 있으면
전화 소리, 텔레비전 소리, 배달차 소리, 우체부 아저씨가 부르는 소리, 갑자기 방문한 사람의 벨소리, 집사람이 부르는 소리 등
밖에서 듣는 소리로는
자동차 소리, 공사하는 소리, 물건 파는 소리, 호객하는 소리 등,
이런 것들이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사람이 모여들기 때문인데
이것은 사람들의 관계가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는 증거다
오히려 이런 것에서 소외감을 더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하루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관계적으로 따져보면 나는 약자인 적이 더 많다
그래서 상대로부터도 그렇고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화자가 이쯤에서 당신을 그리워하는 일을 꺼집어내는 이유는
바로 소외된 자신을 품으면서
공동관계를 지향하려는 의식을 나타내기 위함이며
이런 의식 활동을 통해서
자신을 위로받으려는 보상심리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세상과 만나면서, 여러 사람과 만나면서
활발한 삶일 것 같지만
기실은 외롭고 외롬에서 벗어나려는
어떤 돌파구를 당신을 떠올리는 것으로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대체하려는 강한 희망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온전히 당신을 그리워할 수 있는 시간을
과연 얼마나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하게 된다
하루 일을 마치면
대체로 허탈감에 빠지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남자들은 가끔 술을 마시는지 모르겠지만
여자의 경우,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것도 사뭇 궁금하다
몹시 그리울 때는
그리움과 관련 있는 장소를 찾아 서성인다든지
죄 없는 돌멩이를 발로 차면서 시름에 겨워한다든지
자신도 모르게 시인이 되어
마음 속으로 시를 만들어 음미한다든지
그런 유치한 모습에 젖을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럴 때면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몰고 달린다
달리고 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되돌아가야 한다는
의식의 명령이 떨어지는데 그냥 따르고 만다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고야 마는 일이어서
싱겁기 짝이 없지만, 그것으로
후련해진 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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