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外傷)
김은상
어디서 넘어졌을까요?
둥둥 하늘의 상처를 닦는 탈지면
검어질 때까지
숲은 목이 마르고
아물지 않는 병(病)을 이고
꽃은 또 피네
봄은 약솜이에요
피 흘리는 나무를 문지르는 온기
보세요,
초록초록 초록초록
제멋대로 살갗을 뚫고 돋아나는
저 푸름의 위독(危篤)을
성인(聖人)들은 우편함에 편지 한 통 넣어주지 않았는데 우후죽순 믿음의
신(神)들은 피어나 있고
아으!
소네트처럼 넘겨지는 위대한 전기(傳記)들
나는,
당신은,
(누가 넘어져서 피어난 꿈일까요?)
―『포엠포엠』(2013.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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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넘어졌나요?
기억에 없습니다
누가 넘어져서 피어난 꿈일까요?
그것 또한 기억에 없네요
언젠가 보고 들었던 청문회 답변처럼
늘 부분 기억 상실 비슷한걸요
보이는 상처
보이지 않는 상처
상처에는 약솜과 소독약, 그리고
항생제가 들어 있는 연고가 필요하겠죠
아물 생각이 없는 상처의 언저리 어쩌면 좋을까요
부지런히 문지르고 바르면
꽃이 필까요
그 옛날 환한 봄날 같은 꽃이
연두의 찰과상이
초록의 위독으로 넘어가기 전
피고 또 피어 봄을 밝히는 봄
그 궤도를 따라
때로는 심술 두둑한 바람의 손목이라도 잡고
빙빙 돌아보는 생채기 더께지는
봄
봄, 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솜나리/박숙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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