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김은상] 외상(外傷)

문근영 2013. 9. 9. 18:13

  외상(外傷)


  김은상


 

  어디서 넘어졌을까요?


  둥둥 하늘의 상처를 닦는 탈지면

  검어질 때까지

  숲은 목이 마르고

  아물지 않는 병(病)을 이고

  꽃은 또 피네
 

  봄은 약솜이에요

  피 흘리는 나무를 문지르는 온기

  보세요,

  초록초록 초록초록

  제멋대로 살갗을 뚫고 돋아나는

  저 푸름의 위독(危篤)을
 

  성인(聖人)들은 우편함에 편지 한 통 넣어주지 않았는데 우후죽순 믿음의
신(神)들은 피어나 있고

  아으!

  소네트처럼 넘겨지는 위대한 전기(傳記)들
 

  나는,

  당신은,
 

  (누가 넘어져서 피어난 꿈일까요?)

 

 

 

―『포엠포엠』(2013.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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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넘어졌나요?

기억에 없습니다

누가 넘어져서 피어난 꿈일까요?

그것 또한 기억에 없네요

 

언젠가 보고 들었던 청문회 답변처럼

늘 부분 기억 상실 비슷한걸요

 

보이는 상처

보이지 않는 상처

상처에는 약솜과 소독약, 그리고

항생제가 들어 있는 연고가 필요하겠죠

 

아물 생각이 없는 상처의 언저리 어쩌면 좋을까요

부지런히 문지르고 바르면

꽃이 필까요

그 옛날 환한 봄날 같은 꽃이

 

연두의 찰과상이

초록의 위독으로 넘어가기 전

피고 또 피어 봄을 밝히는 봄

 

그 궤도를 따라

때로는 심술 두둑한 바람의 손목이라도 잡고

빙빙 돌아보는 생채기 더께지는

봄, 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솜나리/박숙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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