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교실10
유리창청소
정일근
참 맑아라
겨우 제 이름밖에 쓸 줄 모르는
열이, 열이가 착하게 닦아놓은
유리창 한 장
먼 해안선과 다정한 형제섬
그냥 그대로 눈이 시린
가을 바다 한 장
열이의 착한 마음으로 그려놓은
아아, 참으로 맑은 세상 저기 있으니
-정일근 시집, 『바다가 보이는 교실』, 창작사, 19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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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유치원에 처음 입학한 아이가 유치원에서
하루는 인근 야트막한 산에 야외 견학을 가서
여러가지 야생의 봄꽃들을 보고
그 앙증맞은 이름들도 같이 불러보고 공부를 했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한 아이가 유치원에 등교하면서
보라색꽃을 꺽어 와 선생님께 주면서
"선생님 드릴려고 제비꽃 가져 왔어요!!!" 했다는군요.
그 고사리 같은 손에 들려있던 작은 제비꽃에
그 선생님은 무척 감동 했답니다.
삭막한 도시의 아파트 숲, 어느 시멘트 담벼락 틈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봄꽃들은 계절은 잊지 않고 피어납니다.
책장이 누런 시집을 한 권 꺼내들었습니다.
오랫만에 팔십년대의 시집을 다시 읽으며
눈이 시린 가을 바다의 푸른 빛을
떠올립니다.
고사리 손이 천진난만하게 닦아 놓았을
유리창 한 장으로 젊은 선생님은
먼 해안선과 다정한 형제섬을 봅니다.
어린 제자의 참 맑은 마음과
어린 제자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봅니다.
바닷가, 교실의 창을 통하여 바라보는
차경(借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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